업계, 과세 시스템 정비할 시간 기대

“당국, 업계와 소통해 완성도 높여야”

이형일(왼쪽 세 번째)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열린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형일(왼쪽 세 번째)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열린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당정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에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제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시장에선 내년 1월 시행 대신 유예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 제도 정비와 과세 준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법 명분도 강화되면서 규제 인프라 마련과 과세 부담 완화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업계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8일 당정은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제도 보완 과제를 추가로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업계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관련 고시도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대목을 주목했다. 과세 관련 쟁점을 추가로 점검하기로 하면서 고시도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집행기관인 국세청 내부에선 현행법에 따라 과세를 준비하되, 향후 국회와 당정 논의 결과가 법에 반영되면 이에 맞춰 집행 방안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유예가 이뤄질 경우 촉박했던 과세 준비 일정을 확보하고, 시장 변화를 반영한 제도 보완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연말까지 남은 시간도 촉박했다”며 “추가 유예로 준비할 기회가 생기고 시장에서 제기한 제도 보완 요구도 검토·반영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 기준과 운영 방식이 명확해져야 거래소도 내부 통계와 관련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여당의 향후 논의 방향을 가늠할 자리로 다음달 2일 열리는 국회 토론회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민병덕·박민규·이강일 의원실과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공동 개최하는 ‘코인 엑소더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선 가상자산 과세체계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의 구분,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비정형 거래의 과세 기준, 손실 이월공제 불허, 해외 거래의 세원 파악 문제 등을 짚을 예정이다. 패널로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이 참석한다.

당국과의 소통을 통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향후 워킹그룹을 통해 과세 실무와 산업 변화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업계 변화 속도가 빨라 공직자들이 모든 흐름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워킹그룹을 통해 서로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이 한국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본법 제정을 통해 산업 육성과 과세의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도 가상자산 산업의 지원·육성 방향을 정리하고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본법을 만든다는 것은 가상자산을 정상적인 산업이자 자산군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이에 걸맞은 과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과세 유예가 이뤄지더라도 업계와 과세당국이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세체계 정비 범위를 현물거래를 넘어 스테이킹과 가상자산 대여,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토큰화 주식, 실물자산 토큰화(RWA)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본법과 충돌하는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거래 유형별로 밀도 있는 사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혜림·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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