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인 재계약에 소비자 보호조항 신설

참전유공자 배우자 우선계약 대상 확대

당첨권 배치 관련 메일 삭제 정황 확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앞으로 로또복권 판매점은 구매자가 계좌이체나 복권교환권으로 결제하려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즉석식 전자복권 ‘트리플럭’의 1등 당첨권 배치 구조를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관련 메일을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한 수탁사업자 동행복권에는 위약벌 3000만원이 추가 부과됐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복권판매점 앞에 시민들이 복권 구입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서울 종로구의 한 복권판매점 앞에 시민들이 복권 구입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27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복권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2027년도 온라인복권 판매인 재계약 승인안’과 ‘수탁사업자 위약벌 부과안’ 등 4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온라인복권 판매인 재계약 대상은 9169명이며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이번 재계약 승인안에는 구매자의 결제 편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새롭게 포함됐다. 판매점이 계좌이체나 복권교환권으로 결제하려는 구매자의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복권은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없지만 계좌이체 결제는 허용된다.

다만 결제를 한 차례 거부했다고 계약이 해지되지는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위반 사례를 블루·옐로·레드 등급으로 나눠 누적 점수제로 관리하며 위반이 반복되면 경고와 영업정지 등을 거쳐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판매점주와 종사자의 책임도 강화된다. 복권사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기 등 중대한 범죄에 연루되거나 고객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경우 등을 사례로 들면서 실제 제재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권위는 지난 8월 18일 도입한 간편결제 앱 기반 미수령 당첨금 자동 지급 서비스의 이용을 늘리기 위해 낙첨복권 경품 응모 행사인 ‘행운더하기’와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미수령 당첨금 자동 지급 서비스의 등록 건수는 주당 약 5만건으로 파악됐다.

판매정지나 계약해지 등 불리한 조치를 통보받은 판매인은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수탁사업자는 이의제기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복권법령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된 뒤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던 조항도 삭제했다.

복권위는 복권 판매점 우선계약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참전유공자 배우자 약 13만명과 지원공상군경 및 유족 약 1만명 등 총 14만명을 우선계약 대상에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이달 말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2월 공포할 계획이다.

다만 우선계약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매점 개설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복권위는 판매점 한 곳당 연평균 수수료 수입이 약 3500만원이고 전체 판매점의 80% 이상은 연간 수수료 수입이 5000만원에 못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해 판매점 수를 9530개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매년 약 400개 판매점이 자연 감소하는 만큼만 신규 모집이 이뤄진다. 실제 2025년 판매점 모집 경쟁률은 약 26대 1에 달했다.

한편 복권위는 즉석식 전자복권 ‘트리플럭’의 1등 당첨권 배치 구조를 사전에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동행복권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결정하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트리플럭은 1500만장당 5억원의 1등 당첨권 4장이 포함된 전자복권이다. 2010년 출시 이후 1500만장을 375만장씩 4개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에 1등 당첨권을 한 장씩 배치해 왔다. 전체 발행량을 기준으로 한 1등 당첨권 비율은 현재와 같은 375만분의 1이었지만 당첨권 배치는 완전 무작위 방식이 아니었다.

복권위는 지난해 1월 이 같은 구조를 인지하고 같은 해 7월 구간별 배치 제한을 없애 완전 무작위 방식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올해 9월 추가 점검 결과 동행복권은 2024년 7월 이미 관련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도 복권위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7월 현장점검을 앞두고 관련 메일을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권위는 지난해 9월 시스템 개선 지연 등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위약벌 3000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이번 미보고·은폐 시도에 대해서도 위·수탁계약서상 최고 금액인 3000만원을 추가 부과했다.

복권위는 “사안의 중요성과 복권 발행·관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전자복권 개편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