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정보교환 시차 국내 투자자 부담 우려

여당 과세시점 연동 법안 발의…논의 본격화

유예 가닥 속 조세정책 신뢰성 논란 확대

서울 서초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
서울 서초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거래정보 교환 시차로 해외 투자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년층 여론도 고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과세 시점을 2029년으로 늦추는 방안까지 부상하면서 네 번째 유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시행을 거듭 미루면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관계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유예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관련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과세 재유예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얻은 연간 소득에서 취득가액 등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과세체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되면서 시행 시점이 2027년 1월로 늦춰졌다.

과세 유예론의 핵심 근거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이 한국보다 늦게 시작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한국 등 46개국은 내년부터 정보 교환을 시작한다. 캐나다·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한다. 미국의 거래정보를 자동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층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정 지지율의 반등 계기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자산 관련 정책에 민감한 청년층의 반응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과세 시점을 늦추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지난 16일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처음 교환된 연도의 다다음 해부터 과세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7년 첫 정보교환이 이뤄지면 과세 시행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지는 구조다. 국민의힘 역시 과세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유예에 찬성하고 있으며 시행 시점을 2029~2030년으로 늦추는 법안들도 발의된 상태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당 유튜브 방송에서 예정대로 시행할지, 제도를 보완할지 집중적으로 논의해 연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는 과세가 시행되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금융(DeFi)으로 이동할 수 있고, 거래정보 관리와 취득가액 산정 등 과세 인프라를 마련할 시간도 필요하다며 유예를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반복된 유예가 조세 형평성과 정책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일본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고 있는 만큼, 해외 거래정보 확보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세를 시행하면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전날 성명에서 정치권이 여론과 선거를 의식해 과세를 반복적으로 미루면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훼손된다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당정 협의를 통해 과세 유예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 유예 여부와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국회의 소득세법 개정 논의를 거쳐 11월 말에서 12월 초께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