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인력이 등급 판정...전담 공무원 부족
농경연 “표준 조사기준 마련해야”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어촌 빈집을 정비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전문인력 부족과 부정확한 등급 판정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원이 빈집 상태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기타’로 처리하거나 실제 현장과 조사 결과가 다른 사례까지 확인됐다.
2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어촌 빈집 정비·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체계 구축 및 제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빈집 담당자들은 실태조사 결과의 낮은 신뢰도와 조사인력의 전문성 부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연구진은 광역·기초자치단체와 중간지원조직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고, 전문가 40명에게 서면자문을 요청해 회수한 33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전남도청 실무자 면담에서는 일용직과 이장 등 비전문 인력이 빈집 상태를 판정하면서 등급 구분이 모호해지고, 상당수가 ‘기타’로 처리돼 조사자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제기됐다.
강원도청과 충남도청, 홍천군청과 강진군청 면담에서도 외부에 맡긴 조사 결과가 실제 빈집 상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빈집 등급은 건물의 노후·불량 정도와 안전·위생상 위험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조사 결과는 정비 대상 빈집 지정과 철거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 후속 행정조치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등급이 부정확하면 정비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행정조치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조사자료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자체별 빈집정보가 제각각 관리되고 실시간으로 갱신되지 않아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 간 자료 공유도 지연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소유자 동의 절차 역시 걸림돌로 지목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빈집 소유자의 정보공개 동의를 우편으로 받아야 해 절차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전자 동의방식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를 실제 정비사업으로 연결할 행정인력도 부족했다. 빈집 업무는 소유자 확인부터 현장조사, 철거·보상, 민원 대응까지 담당해야 하지만 전담조직 없이 신규 공무원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무 특성상 예산 확보에서도 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철거와 활용 업무가 서로 다른 부서에 나뉘어 있어 사업을 연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확인됐다.
빈집 소유자가 정부의 무상 철거를 기다리며 자발적인 정비를 미루거나, 상속 미등기와 소유자 소재불명 등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드러났다. 농촌에는 빈집 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개할 인력이 부족해 소유자와 활용 희망자를 연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빈집 등급을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도록 정량적 평가기준과 조사원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별로 다른 조사 방식과 정보관리체계를 정비하고, 빈집 소유자 동의 절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현장 공무원이 조사부터 정비·활용까지 일관된 기준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실무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문수 KREI 연구위원은 “농어촌 빈집 문제는 단순히 철거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빈집 실태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조사부터 정비·활용까지 일관된 행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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