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백남준’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
서울 학고재서 24일까지 개인전 열어
관객 5분 이상 머물게 하는 작품 평가
“작품 통해 그동안 못 본 것 생각하길”
“지금은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 같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전통 회화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온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57)이 이번에는 세포와 미생물의 세계로 눈을 돌렸다. 학고재에서 열린 개인전 ‘시어무형(視於無形) 청어무성(聽於無聲): 생명과 존재를 향한 회화적 사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산수화 속으로 불러들여 인간 중심의 시각에 균열을 내고,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22일 학고재에서 만난 이이남은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격리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2021년 프로젝트 차 중국에 방문했던 그는 3주간 비자발적으로 외부와 격리됐고, 그때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됐다.
“항상 바쁘게 살다가 갇혀 있으니 ‘나는 누구인가’ 생각할 시간이 났다. 코로나는 죽음과도 연결돼서 생명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당시 생명과 DNA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고향의 물을 채집해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 형상을 작품에 담았다. 그는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웠다”며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등 색과 형태가 댜앙했고, 그러면서 서로 경쟁하고 잡아먹는 생존의 모습도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 작업의 또 다른 변화는 인공지능(AI)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구글 제미나이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정보를 얻었다. 그는 “기존 정보가 많지만, 생각지 못한 새로운 정보도 나왔다”며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만 AI가 예술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100% AI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결국 작가가 주체가 돼 통제하고, 의도한 대로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를 활용하더라도 작가가 개입해 창작하면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다고 봤다.
이이남은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AI가 전혀 못 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그는 관람객들을 5분 이상 한 작품에 머물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한 힘은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서 나온다. 익숙한 산수화를 바라보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미생물을 발견하는 순간, 관람객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인간의 삶에 유의미한 작업을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누군가는 내 작품을 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이남은 내년 3월 예정된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에서 미생물을 활용한 더 확장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전쟁, 난민 등 인간의 삶과 생명에 관한 문제도 작품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자신을 ‘사유하는 작가’로 정의한 이이남은 마지막으로 AI 시대에 인간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사유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오히려 AI가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그냥 보이는 것만 보고,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있어요. 이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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