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원유 생산량 2년간 10% 증가 전망

캐나다·브라질 올해 원유 생산 신기록

아르헨·베네수엘라에 수십조원 투자

중동 의존 줄며 OPEC 가격 영향력 약화

이란의 군사 거점 중 하나인 라라크섬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있는 모습. 미국은 19일(현지시간) 제재 대상인 이란 원유를 거래하는 유령선박(일명 그림자 선박)을 대거 제재하는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중했다. [게티 이미지]
이란의 군사 거점 중 하나인 라라크섬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있는 모습. 미국은 19일(현지시간) 제재 대상인 이란 원유를 거래하는 유령선박(일명 그림자 선박)을 대거 제재하는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중했다. [게티 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쟁 장기화로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 미주 산유국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려는 에너지 수요가 미주 지역으로 몰리면서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중동이 주도해온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불안정해지면서 미주 지역이 중동을 대체할 에너지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북미와 남미의 전체 석유 생산량이 2024년부터 올해 말까지 2년간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와 브라질은 올해 원유 생산량 기록을 새로 썼으며, 미국의 원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도 15% 늘었다.

베네수엘라와 수리남도 서방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주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원유 수입국들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단순히 미주산 원유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 개발과 생산시설에 직접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혜국은 아르헨티나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이달 아르헨티나의 해상 유전 개발과 기존 육상 가스 사업에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셰일업계의 거물 해럴드 햄도 세계 최대 셰일 매장지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바카 무에르타 지역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추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은 향후 10년간 바카 무에르타에 138억달러(약 18조3000억원)를 투자해 아르헨티나 내 원유 생산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다.

실제로 셰브런은 바카 무에르타의 엘 트라피알 유전에서 최근 3년간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00배럴에서 4만배럴로 8배 늘렸다.

베네수엘라에도 해외 자본이 몰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 BP 등은 베네수엘라와 초기 단계 투자 합의를 체결했다.

셰브런은 향후 5년간 베네수엘라에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자해 현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60만배럴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의 올해 원유 생산량은 이미 10% 증가해 하루 약 120만배럴에 달했다. 과거 생산시설 노후화와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이 해외 자본 유입을 계기로 생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투자 위험이 낮은 캐나다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캐나다 서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는 안정적인 정치 환경과 기존 에너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업들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미주 지역의 생산 확대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동 산유국들의 영향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걸프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까지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원이 다변화하고 있다. 중동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생산 증가가 가격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슈라이너 파커 애널리스트는 “서반구의 생산 증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걸프협력회의(GCC)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가이아나, 미국, 캐나다가 모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주 지역의 원유 생산 증가가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유전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는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수입국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주 산유국들의 생산 확대가 이어질 경우 중동 중심의 원유 공급 구조와 국제유가 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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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06397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