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등 고유종 중심 생물기후형 공간 조성 계획
동물종 수 59종→33종…방사장 차지 비중 23%→60%
도심 탈주 ‘세로’, 서울대공원행…동물복지 돌아본 계기
‘백화점식 전시’서 ‘동물복지 중심’으로 전환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새단장을 준비 중이다. 현재 59종인 동물을 33종으로 줄이고 동물들이 생활하는 방사장은 두 배 이상 넓히는 등 동물복지 중심의 ‘숲속 동물원’으로 탈바꿈한다.
사자와 호랑이는 이미 부산으로 이사를 마쳤고 2023년 탈출 소동으로 유명해진 얼룩말 ‘세로’도 최근 서울대공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내년에는 코끼리도 어린이대공원을 떠난다.
25일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총사업비 약 285억원을 들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재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8년 12월까지 해당 사업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공단은 올해 ‘동물원 재조성 계획’을 통해 동물 사용 공간 확대와 원서식지 유사 환경 조성을 재조성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며 운영 방향을 과거 ‘백화점식 전시’에서 ‘동물복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동물 수를 줄여 현재 59종인 보유 동물은 재조성 뒤 33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반면 전체 동물원에서 방사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3%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한다. 여러 종류의 동물을 좁은 공간에 모아 보여주기보다 전략적으로 선정한 동물에게 원래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과 충분한 생활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이미 이사를 진행 중이다. 벵갈호랑이 1마리, 사자 1마리, 망토원숭이 1마리, 아누비스개코원숭이 3마리는 올해 7월 30일 개관을 준비 중인 부산시립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펭귄 11마리, 흑따오기 2마리, 두루미 1마리는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집을 옮겼다. 남아 있는 두루미, 해오라기, 돼지꼬리원숭이 등도 다른 동물원으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한때 서울 도심을 누비며 화제가 됐던 얼룩말 세로도 이달 8일 서울대공원으로 이사 갔다. 세로는 2023년 3월 어린이대공원 우리에서 탈출해 주택가와 도로를 돌아다니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수컷 얼룩말이다. 당시 세로의 탈출은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사육환경과 동물복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 중인 세로는 그곳에 살고 있던 암컷 얼룩말과 지낼 예정이다. 향후 합사와 번식 여부에 따라 새로 태어나는 세로의 새끼가 어린이대공원으로 보내지거나 세로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어린이대공원의 대표 동물이던 코끼리도 내년에 더 넓은 공간을 갖춘 다른 동물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재조성이 끝나면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사자·호랑이·코끼리를 볼 수 없게 된다.
일부 식구가 떠나는 대신 새 식구를 맞이한다. 어린이대공원은 유럽의 종 보전 프로그램과 연계해 아무르표범을 들여오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했던 동물들과 함께 스라소니, 반달가슴곰, 삵 등 고유종도 새 동물원의 구성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동물원을 구획하는 방식도 바뀐다. 지금은 맹수사·초식사·원숭이사·물새사 등 동물의 계통에 따라 9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지만 재조성 이후에는 사바나·열대림·아시아온대림·초원 등 4개 생물기후형 공간으로 바뀐다. 같은 서식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는 환경부의 동물원 허가제 시행에 따라 2028년 말까지 강화된 시설·복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와도 맞물려 있다.
공단은 지난해 기본계획과 투자심사를 거쳐 올해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설계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관계자는 “원래 계획은 2028년 말까지이지만 남은 과정 등을 보았을 때 2029~2030년경 재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동물과 시민 모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숲속형 동물원으로 꼼꼼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