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염강초 부지에 160억 규모 건립 추진
시민사회 “건립 절차 예정대로 추진해야”
반대 비대위 “주민 동의 없는 밀실 행정”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현 부지 건립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에 예정된 건립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건립 예정 부지를 둘러싼 일부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어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여명학교 현 부지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공동행동’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가 있다는 이유로 절차를 미루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사업의 포기”라며 건립 추진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출신이 배움을 가로막을 수 없다”, “탈북 관련 청소년도 서울 시민이다”, “22년을 떠돌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여명학교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교육청에 4자 업무협약에 따른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공공건축심의와 자체투자심사, 공유재산 관리계획 등 남은 행정절차의 일정과 진행 상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는 11월 회기 내 여명학교 교사 건립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심의·의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여명학교는 2004년 관악구에서 개교한 뒤 중구 명동 등을 거쳐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운영돼 왔다. 지난 2019년 은평구 이전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2023년 8월부터 옛 염강초 건물에 한시적으로 입주했다. 현재 임차 기간은 2027년 2월 종료될 예정이다.
학교와 관계기관은 그동안 서울 전역의 공공부지와 학교 유휴시설, 민간 건물 등 100곳이 넘는 후보지를 검토했다. 이후 지난 7월 24일 통일부·서울시교육청·현대자동차그룹·여명학교가 옛 염강초 부지에 학교를 건립하는 내용의 4자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정식 교사 건립이 추진됐다.
건립안에 따르면 전체 부지 1만1076.5㎡ 가운데 약 10.8%에 여명학교 건물을 짓는다. 건립비 약 160억원은 전액 민간 재원으로 충당한다. 여명학교가 모금한 100억원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원한 60억원으로 건물을 지은 뒤 서울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하고 여명학교가 20년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명학교 교장 “우리 국민의 권리 지켜달라”
이날 발언에 나선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이 아이들은 혐오스러운 아이들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과 똑같이 귀여운 아이들이고 사랑받아야 될 아이들”이라며 “이 아이들이 더 이상 움찔거리거나 사람들을 피해 다니거나 숨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2차 주민설명회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여명학교 건립에 반대하며 “다른 지역으로 가라”, “제발 좀 나가달라”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조 교장은 당시 무릎을 꿇고 “저희 아이들 좀 품어주세요. 갈 데가 없습니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여명학교 졸업생인 엄에스더 사단법인 유니시드 대표도 “지금 여명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에게도 자신만의 내일을 준비할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은 환영받으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부지 건립을 둘러싼 반대 움직임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인근 아파트 일부 주민들로 이뤄진 여명학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여명학교의 신축 반대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주민 동의 없는 ‘밀실 행정’ ▷옛 염강초 부지 임시 사용에 대한 약속 불이행 ▷공약 불이행 등을 반대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이 2020년 염강초 폐교 당시 공립 유치원과 유아 체험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초 3년간 임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던 부지가 주민 동의 없이 여명학교 영구 건립 부지로 바뀌었다는 점도 문제로 들고 있다.
비대위는 부지 활용 계획과 관련해 “당초 해당 부지에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과 함께 유아체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염강초 폐교 이후 계획대로 진흥원만 들어와야 유아 교육에 유리한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부지가 교육청 소유인 만큼 해당 부지의 활용 용도를 결정할 권한 역시 교육청에 있다는 입장이다. 조 교장 역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저희가 계약을 할 때 서울시교육청에 계약을 한 것이지 주민들에게 있게 해달라고 사정이나 용서를 구한 적은 없다”며 “학교 부지의 주인은 서울시교육청인 만큼 일반 학교와 달리 왜 약자들에게만 주민 설득을 요구하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공동행동은 앞으로 강서구 주민들의 지지 선언과 주요 분야 인사들의 지지 선언을 추진하고 서울시교육감 및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 심의 과정도 방청하고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공동행동은 “서울시교육청은 흔들림 없이 건립 결정을 추진하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여명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때까지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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