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화는 주로 국내에서 보유·지급·결제 사용되는 통화였다. 반면 달러·유로 등 주요 국제통화는 발행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거래와 결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제 원화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국제화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2023년 정부가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이후 우리 외환시장에는 상당한 변화가 이어져 왔다. 해외 금융기관이 서울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기존에는 수탁은행을 통해서만 외환거래를 할 수 있었던 외국인 투자자도 원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해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해 국채를 보다 편리하게 거래·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외환시장 운영 시간도 24시간으로 확대되면서 시간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 외국인의 원화자산 투자와 외환거래 전반에 걸쳐 제도와 인프라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변화의 폭은 물론 속도에서도 서울 외환시장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 지점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제도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 왔다. 글로벌 투자자와 많은 다국적 기업들도 제도를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제안했고, 이러한 현장의 의견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함께 점검하고 해결해 온 노력이 지금까지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대외 충격 시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큰 변동성을 보인 사례가 있다. 또한, 24시간 거래 환경에서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야간시간대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금의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4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는 외화 공급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역대 최고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와 긍정적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견고한 대외건전성과 높아진 투자자 신뢰는 외환시장 개혁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비거주자가 해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보유·조달·운용할 수 있는 역외원화결제시스템이 본격 시행된다. 새로운 시스템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운영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입된 제도들이 실제 시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장참가자 및 외국인 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현장의 의견을 제도 운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거래 환경과 새롭게 가능해진 거래를 충분히 알려 투자자들의 이해와 활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쌓여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과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한국 경제의 성장과 금융시장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이도훈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트레이딩 부문대표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