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123RF]
승무원 .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123RF]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미국에서 자신의 빚을 공개하고 이를 갚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빚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다른 사람이 빚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틱톡에서 자신의 빚을 정확한 금액까지 공개하고 상환 과정을 기록하는 이른바 ‘DebtTok’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승무원 로드니 모건(33)은 지난 7월 틱톡을 통해 자신의 빚이 4만58.44달러(약 5400만원)라고 처음 고백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모건은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싼 채 “승무원으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으며, 내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평소 승무원 생활을 주로 공유하던 모건에게는 이례적인 영상이었다. 기존 인기 영상들의 조회수가 약 10만회였던 것과 달리 영상은 15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SNS 영상 분석업체 튜뷸러랩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 틱톡에 올라온 이러한 부채 관련 영상은 2만8000개가 넘었다.

형식은 단순하다. 자신의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공개하고, 빚을 갚아가는 과정이나 예상치 못한 지출로 빚이 다시 늘어나는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다. 틱톡 이용자들은 이들의 빚이 오르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거나 조언을 남긴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사는 티아나 카터(31)도 매일 밤 자신의 빚을 기록한다. 공립학교 교육구 인사부장인 카터는 처음에는 빚의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후 5만4057.93달러(약 7300만원)라고 밝혔다.

카터는 “사람들이 내 숫자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SNS 콘텐츠로 얻은 수익을 자녀 보육비와 빚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배경은 평소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빚’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코넬대 브룩 에린 더피 교수는 SNS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의 재정적 선택을 살펴보고 자신의 재정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콘텐츠에 끌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가 조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모바일 뱅킹 앱 차임의 공인 재무설계사 브리트니 카스트로는 시청자들이 “마치 누군가가 큰 장애물을 극복하는 영화처럼 ‘영웅의 여정’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런 콘텐츠는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틱톡은 인기 영상의 일부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라이브 방송에서는 시청자가 가상 선물을 보낼 수 있다. 브랜드 협찬이나 공유한 링크를 통한 상품 판매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모건의 영상이 인기를 끈 뒤 한 개인금융 앱 회사는 그에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활동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광고 계약을 제안했다. 모건은 해당 광고 수익으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만든 홈디포와 로우스 신용카드에 남은 약 800달러의 빚을 갚을 계획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사는 전업 인플루언서 케일라 로즈(29)는 지난 3월 신용카드 빚이 2만5000달러(약 3400만원)를 넘는다고 공개한 후, 새로운 팔로워를 끌어모았고 결국 8월 신용카드 빚을 모두 갚았다. 그는 팔로워들에게 “제가 신용카드 빚을 갚을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시시콜콜한 영상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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