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연합]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표현의 자유와 책임을 놓고 정치권, 문화권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저격범 문세광을 수사했던 검사가 “창작의 자유가 있다 해도,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조사한 서울지검 공안부 소속이던 김영수 변호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당시 수사개요와 최근 논란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 라인 중 하나인 배후 음모론과 관련 “이미 현장검증을 통해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만경봉호에 탑승해 공작원으로부터 사상교육과 지령을 받고 의식화돼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 사건”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52년 전 사건이 음모론에 얼룩지며 논란을 불러온 것과 관련 김 변호사는 “이런 영화까지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북쪽의 주장을 본뜬 것 같은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건 대한민국에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당시 수사 과정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수사당국이 매일 브리핑했고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신문도 수사에 허점이 있다거나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느닷없이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문세광 역시 범죄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더했다. 김 변호사는 문세광에 대해 “확신범이어서 사실을 숨기지 않아 수사도 어렵지 않았다”며 사형 집행 직전 “내가 속았다”며 오열하기도 했다고 당시 모습을 전했다.

문세광은 처음에는 “남반부 인민들이 ‘의거’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확신범이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 여론이 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절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처구니없는 경호 실패”로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경호팀과 경찰이 출입증이 없는 사람은 입장 자체를 막았어야 했지만 일본어를 하는 문세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쉽게 뚫려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은 경호의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