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1.6조·삼정 첫 9000억 돌파

한영 8000억 눈앞…영업익 30%↑

자문 성장률 격차에 외형 희비 갈려

삼일회계법인 외관 표지석 [삼일PwC 제공]
삼일회계법인 외관 표지석 [삼일PwC 제공]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최근 회계연도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삼일PwC는 매출 1조원대로 독주 체제를 굳혔고, 삼정KPMG과 EY한영이 실적을 개선하며 추격했다. 반면 딜로이트안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성적표를 가른 것은 경영자문이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세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맞서 딜 자문 역량을 키워왔는데, 점점 그 성과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수익성 개선세는 4개 법인 모두 더딘 속도를 보였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투자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드는 인프라 비용이 늘어난 데다, 매출 중 상당 부분이 전문인력 인건비로 다시 지출되는 고비용 인적 구조 탓에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삼일, 경영자문 앞세워 ‘1조 클럽’ 굳건

삼일PwC의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매출은 1조6272억원으로, 전년보다 4.6% 늘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과 별도 법인인 PwC컨설팅의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성장을 이끈 건 경영자문 부문이다. 경영자문 매출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5019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윤훈수 총괄대표 체제 아래서 수년간 추진해 온 사업 영역 다각화와 경영자문 역량 강화가 결실을 맺은 결과로 풀이된다. ‘감사통’으로 손꼽히는 윤 대표는 2020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로는 세무와 딜 등 비감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공격적으로 키워왔다.

민준선 딜 부문 대표를 필두로 한 조직 전반의 자문 경쟁력도 삼일PwC가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삼일PwC는 올해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 및 상장폐지 자문을 비롯해 스틱-한투PE 컨소시엄의 SK그룹 울산GPS·SK 멀티유틸리티 투자, JKL파트너스의 크린토피아 매각, 한앤컴퍼니의 솔믹스 매각 등 주요 굵직한 딜을 잇달아 자문했다.

다만 조 단위 매출에 비해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 감소한 198억원에 그쳤다. AI 기술 도입과 인재 확보, 서비스 품질 관리 등에 투자를 선제적으로 확대한 탓으로 분석된다.

회계법인 2026 회계연도 실적
회계법인 2026 회계연도 실적

삼정, 첫 9000억 돌파…감사·세무가 견인

삼정KPMG의 최근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9056억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직전년도 영업손실(3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곳은 세무자문과 회계감사 부문이다. 특히 세무자문 부문 매출은 1689억원으로 전년보다 8.5% 성장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외 조세 환경 변화와 세무 리스크 관리 수요가 커진 결과다. 회계감사 부문도 전년 대비 5.2% 증가한 29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영자문 부문은 전년보다 소폭 오른 437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딜 본부의 경우 전년 대비 1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의 딜 조직은 2023년 최연소 부문 대표에 오른 김이동 대표가 이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재무자문부문을 10본부 체제에서 6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준오헤어, 애경산업,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등의 거래자문 성과를 내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영, 수익성 ‘빅4’ 中 최우등

EY한영은 한영회계법인과 EY컨설팅을 합친 최근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매출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79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181억원으로 30.1% 급증하며 4대 법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사업의 중추인 회계감사 부문은 단단한 중심축을 이뤘다. 여기에 경영자문 부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경영자문 매출은 전년보다 11.0% 증가한 1802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자문 매출 증가액(179억원)이 한영회계법인 전체 매출 증가분(214억원)의 80%를 넘으면서, 사실상 전체 외형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EY한영은 지난해 7월 전략·재무자문부문을 ‘EY-파르테논’ 브랜드로 묶어 전략 컨설팅부터 M&A 인수·매각 자문, 가치평가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문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 조직은 현재 박남수 대표가 총괄 지휘하고 있다. 올해 EY-파르테논은 만전식품과 반도체 패키징 장비기업 에스에스피(SSP) 매각 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EY한영 외관 전경 [제공=EY한영]
EY한영 외관 전경 [제공=EY한영]

안진, 딜 침체·수임 경쟁에 ‘역성장’

안진은 최근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에 외형과 이익이 모두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진회계법인의 매출은 4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의 잠정 매출은 약 1551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진의 원인은 경영자문으로 진단된다. 남상욱 대표가 이끄는 해당 부문은 딜 시장 침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9.7% 감소했다. 회계감사 매출도 4.4% 감소한 1474억원을 기록했다. 세무자문만 7.8% 증가한 1123억원으로 선전했지만, 경영자문과 감사의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진은 반등의 카드로 조직재편을 꺼냈다. 안진의 딜 조직은 지난 6월 길기완 총괄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최근 새 진용으로 바뀌었다. 안진 관계자는 “CEO가 직접 주요 사업 기회를 발굴·주도하는 전사 영업 체계를 구축한 만큼, 시장 대응 속도와 영업 경쟁력을 높여 신규 성장 기회를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