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4.5일…작년보다 17.4일 늘어

자료보정 증가 ‘심사시계’ 멈춤 반복

PEF 외국자본 규제 강화 기조 영향

거래종결 불확실성에 투자위축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처리기간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보정 요구가 잇따르면서 기업결합 신고 이후부터 실제 승인까지 걸리는 기간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길어진 탓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사모펀드(PEF)와 외국계 자본을 향한 규제 강화 기조와 맞물려 기업결합심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딜 클로징(거래종결)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한다.

▶올 상반기 64.5일 소요…멈춰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시계’=2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최근 5개년(2021~2025년) 및 올해 상반기(1~6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결합심사 평균 처리기간(접수신청일~조치일)은 64.5일로 집계됐다. 해당 자료는 간이심사를 제외했으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시장획정과 경쟁제한 효과 등을 정밀 검토하는 ‘일반심사’ 대상 건만 기준으로 산출됐다.

올 상반기에는 처리기간이 60일을 처음으로 넘었다. 그동안 평균 처리기간은 40~50일대를 유지해왔는데, 올 상반기 들어 지난해 대비 17.4일 급증하며 처리 지연이 심화됐다.

이는 자료 수정 등 보정 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상반기 평균 자료보정 기간은 42.5일로, 지난해보다 16.2일 늘어났다. 20~30일 선을 유지했던 최근 5개년 통계와 비교해도 확연히 긴 수준이다. 자료보정 요구 횟수도 함께 늘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자료보정 요구 횟수는 2.45회로, 최근 5년간의 수치(1.26~1.77회)를 웃돌았다.

▶“한 두 달이면 끝났는데”…자본시장 덮친 공정위 ‘심사 장기화’=자본시장에서도 이 같은 공정위 심사 기조 변화가 뚜렷하게 체감된다는 반응이다. 과거에는 통상 1~2개월 내외면 완료될 수 있는 심사가 최근에는 기본 3~4개월 이상씩 걸려 딜 클로징 일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공정위가 요구하는 항목 자체가 너무 많아졌고, 때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료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실무진은 “회사 보안 정책상 비밀유지 대상인 문건이나 계열사 정보까지 요구받다 보니, 외국계 기업의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공정위와 갈등을 빚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공정위의 심사 장기화로 거래 종결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3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C&D) 지분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여전히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 어펄마캐피탈이 추진하는 도레이첨단소재의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부 인수 거래 역시 1년이 넘도록 기업결합심사 단계에 묶여 있는 상태다.

▶“돌다리도 두드린다?”…안보·정보유출 우려에 까다로워진 잣대=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해 최대 120일로 규정돼 있다. 최근 5개년 및 올해 상반기 통계에서도 전체 처리기간에서 자료보정 기간을 뺀 법정 심사 기간은 연도별 평균 20~25일 수준을 유지했다.

형식적으로는 법정 기한을 벗어나지 않은 수치이지만, 자료보정 기간이 법정 기한 산정에서 제외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이 느끼는 실질 심사 소요 기간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보정 요구와 동시에 법정 심사 시계가 멈추기 때문에 자료보정이 사실상 공식 심사 기간을 연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야 법정 기한을 철저히 준수한 듯 보이지만, 시장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소요 시간은 크게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정위의 자료보정이 늘고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투자자본에 대한 엄격해진 시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 PEF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때 핵심 기술이나 소비자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커진 데다, 사모펀드 전반에 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치권·언론 등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공정위가) 과거보다 심사 잣대를 강화해 딜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방위산업이나 에너지기업 관련 M&A 건에서 기술 유출이나 안보 문제가 거론되면 공정위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보정 명령이 반복되면서 심사 승인이 6개월 이상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놓치는 M&A…지연 리스크, 변수 아닌 ‘상수’ 됐다=심사 지연의 여파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과 M&A의 골든타임을 놓쳐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딜 클로징의 불확실성과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 데다, 심사 장기화로 연간 투자 집행 건수가 줄어드는 등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승인이 미뤄지는 사이 인수 대상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경영활동을 펼치기 어려워 영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수인은 적기 투자를 놓쳐 기업가치 훼손 위험에 노출되고, 매도인도 잔금을 받고 나올 때까지 계약 유지와 회사 관리에 대한 부담을 계속 짊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M&A 현장에서 심사 지연은 일상화됐다는 토로도 나온다. M&A 전문 변호사는 “최근에는 M&A 자문 시 기업결합심사 기간이 예상보다 3~4개월 정도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늘어난 일정과 클로징 지연 위험을 감수하며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조정훈 의원은 “기업결합심사는 시장 경쟁을 지키기 위해 엄정해야 하지만, 반복적인 자료보정 요구로 심사 기한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 정상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공정위는 필요한 자료를 초기 단계에서 일괄적이고 명확하게 요구하고, 보정 사유와 예상 심사 일정을 투명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심사와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행정은 양자택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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