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증권맨의 마포 22억 입성기

“갭 차이 벌어지기 전에 갔죠”

‘50년 주담대’ 막차 타고 마포태영 매매

첫 번째 집을 살 때 간과한 게 있었어요. ‘내가 이 많은 돈을 다 갚을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에 대출을 더 받지 않은 거예요. 두 번째 집을 살 땐 주저하지 말고 대출을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좋은 집을 살수록, 집값 상승 속도도 더 빨랐거든요.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4년 전 갭(세를 끼고 매매)으로 매수한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에 들어간 1992년생 박 과장. 총각일 때 사서, 결혼하며 입주한 그의 첫 집은 출산 후 세 식구가 살기에도 충분했다. 59㎡와 84㎡의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을 때 ‘로열동’의 국민평형 아파트를 매수한 게 그의 가족들에겐 ‘신의 한 수’였다. 2018년 매수 당시 길음뉴타운8단지 래미안의 59㎡·84㎡ 가격 차이는 1억원이 채 나지 않았다.

☞박 과장의 첫 집, 길음뉴타운 매수 과정이 궁금하다면

“기승전 부동산이죠” 입사 3년 차, 외제차 대신 5000만원으로 아파트를 샀다[92년생의 마포 22억 자가 마련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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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생 박명석(가명) 과장은 ‘부동산의 힘’을 믿는 증권사 영업직원으로 호가 22억원이 넘는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소유 중이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05308

“원래 사려던 집이 더 빨리 올라”…입주 시작부터 ‘갈아타기’ 고민

박 과장은 첫 집에서 만족하지 않고, 2022년 본인 집에 입주하는 순간부터 ‘갈아타기’를 계획했다. 2017년 자신이 사려다 실패한 성동구 금호동의 집이 자꾸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 4년, 우리 집값이 올랐지만 원래 사려고 했던 금호동 집은 더 많이 올라 있었어요. 서울에서 집값은 순서대로 올랐고, 순서가 빠른 곳이 더 많이 상승했어요”

실제 박 과장이 매수를 고민한 단지의 집값을 약 10년간 추적해 봤다. 2017년 금호대우와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84㎡ 아파트는 각각 6억원과 6억4800만원(6·7월 중 최고가 기준)으로 가격 차이가 4800만원밖에 나지 않았다. 3년 뒤인 2020년에도 두 아파트의 동시 가격은 각각 12억원과 11억7000만원으로 금호대우가 고작 3000만원 더 비쌌다. 사실상 같은 가격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2021년부터 차이는 급격하게 벌어진다. 11억7000만원이던 길음 아파트는 12억2000만원으로 5000만원 상승에 그친 반면, 금호동 아파트는 같은 기간 12억원에서 15억4000만원으로 1년 만에 3억4000만원 뛰었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2021년 ‘불장’에서 폭발적으로 치고 나간 건, 성동구였다.

박 과장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자금 조달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2억원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당겨왔던 그는 30년 만기로 대출을 최대로 받는다고 해도 추가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4억원뿐이었다. 당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했다. 11억원까지 오른 지금 집을 매도하고 대출을 추가로 받으면 확보되는 예산은 15억원. 각종 취득세와 인테리어비용을 고려하면 금호동 집은 살 수 있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 대출’…급지 올린 박 과장 “인생은 타이밍이죠”

2017년 매수에 실패했던 금호동 집을 가려고 했지만, 박 과장은 뭔가 ‘아쉽다’고 느꼈다.

“서울 아파트가 물가 만큼 오르는 건 정상이에요. 하지만 서울 중심에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한강 쪽에 올수록 더 가파르게 오르기 마련이죠. 입지가 더 좋을수록 더 많이 오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더 상급지로 가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자금이 더 필요했다. ‘쪼들리는 삶’은 아니었지만 버는 족족 빚을 갚으며 성실이 살 던 박 과장에게 갑자기 ‘몇 억’씩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던 중 박 과장의 눈을 번뜩이게 한 기사가 있었다.

<50년 주담대 ‘만34세’ 제한…갑론을박>

아직 만 32세이던 박 과장에게 아직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은행들은 2023년부터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줄줄이 내놨다.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하면서 한 두 달 만에 창구를 닫았지만 일부 은행에선 미래소득을 고려해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여전히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국내 한 시중은행 모습. 임세준 기자
국내 한 시중은행 모습. 임세준 기자

박 과장의 머리 속은 빠르게 굴러갔다. 50년 만기 대출을 받으면 6억이던 대출 한도가 8억으로 늘어난다. 물론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했지만, 대출을 늘리기만 하면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친 박 과장은 결심했다. 마포로 가자.

“6억을 30년 동안 갚나, 8억을 50년 동안 갚나 원리금은 별 차이가 안 났어요. 어차피 평생 갚게 될 대출인데, 그래서 ‘더 무리를 하자’ 생각했죠. 마포로 이사를 가면 아이가 크더라도 이사 생각은 안 날 것 같았어요”

혜성같이 나타났다 사라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30년 대출로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자 지난 2023년 정부가 보금자리론 등의 정책금융 상품에서 만기가 40년, 50년인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도 초장기 대출 상품 판매가 이어졌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어머어마한 인기를 끌며 약 한 달여 만에 대출잔액 1조2600억원을 돌파한다. 인기를 끈 이유는 대출 한도 때문이다. 대출 만기를 늘리면 연간 상환액이 줄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 한도를 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자도 그만큼 불어났다. 50년 만기로 5억을 빌리면 이자는 7억원에 달하는 식이다.

이후 은행은 해당 상품의 나이 제한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1년 만에 사라졌다. 현재 은행 주담대 상품의 최대 만기는 30년이다.

“마포 토박이에게 조언 구해, 임장이 일상”‘다음은 용산’

박 과장은 마포 임장을 시작했다. 공덕부터 대흥역 인근까지 마포 일대 박 과장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은 없다.

첫 집을 매수했을 때와 달라진 점은 아이가 1순위가 됐다는 점이다. 학군에 대한 정보는 ‘마포 토박이’로 불리는 직장 선배에게 구했다.

집을 고를 땐 무조건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의 말을 따라야 해요. 또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에게 묻는 게 가장 정확하고요. 회사 선배는 평지인데다 숲길이 가까운 마포역 인근을 추천해 줬어요.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정해진 가격대에서 더 비싼 곳, 싼 곳을 골고루 임장한 박 과장의 선택은 같은 평수의 마포태영 아파트였다. 첫 아파트를 매도한 11억원에 8억원의 대출금(기존 전세퇴거자금대출 2억원)을 더해 16억5000만원에 매입 계약서를 썼다.

박 과장은 “사면서 20억은 무조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2024년 16억5000만원에 매입한 마포태영 아파트는 이듬해 18억원대에 오르더니 현재는 22억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호가는 24억원아 넘는다.

“길음에 살 땐 언덕이 불편한지 몰랐는데 평지에 와보니 천국같더라고요. 아이 학교는 염리초로 보낼 생각이에요”

박 과장의 다음 목표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용산 입성이다. 그는 “아이가 크면서 더 좋은 학군지로 이사 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집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불안함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둘째도 계획 중이다.

박 과장은 누구든지 기회만 잘 잡으면 자신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늘은 누구도 버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야 ‘내 집 마련’도 앞당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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