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ㆍ장필수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모두 기업인 증인채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을 등에 업은 야권은 내년 대선 이슈로 자리잡은 경제민주화를 의식해 대기업 총수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어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야는 5일부터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국정감사계획서를 채택하고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권은 20대 국회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두루 포진한 점을 비춰볼 때 기업인 증인채택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인 출석 요구서 채택을 마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일반 증인 명단에는 대기업 CEO와 총수의 명단이 심심찮게 보인다. 국방위에서는 국방광대역 통합망 사업의 입찰 비리를 확인하고자 황창규 KT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또 장시권 한화탈레스 대표이사와 김한기 대림산업 대표이사도 출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농해수위에서는 기업인의 채택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초 농해수위 야당 의원들은 삼성의 새만금 개발 사업 투자 계획에 대해 질의하고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야당은 또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농어촌 상생기금과 관련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지목했지만, 협상 후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부르는 것으로 여당과 합의했다. 이외에 농해수위는 김영섭 LG CNS 대표, 박진수 팜한농 대표 등 26명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원회는 4대 재벌 기업 중 2곳의 재벌 총수 출석 요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야당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상태다. 정 회장에게는 내수ㆍ수출 차량의 품질 차별 논란을, 이 부회장에게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 따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출석 여부 또한 관심사다.
산업통산자원위원회에서는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증인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자꾸 전통시장 근처에 입점하고 있는데 (정 부회장에게) 상생할 방안에 물어볼 계획”이라며 “아직 출석 요구 확정은 아니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위는 또 연비 조작 사태를 놓고 수입차 사장단을 부르기로 여야가 협의하고 있다.
국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보여주기식 국감이 계속되면서 기업인이 희생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인을 추궁하고, 문제삼아야만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포플리즘이 작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재계단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현안이 있으면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할 것이다”며 “기업들이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환기용 기업인 소환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