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사망자 예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나 50대 이상 장ㆍ노년층 외출시 특히 조심해야 물 자주 마시고 밝은 색의 헐렁한 옷 입어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직장인 원모(34) 씨는 최근 한밤 중에도 연일 25도를 넘나드는 열대야에 잠을 뒤척이다 급기야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구역질이 났다. 더위를 가신다고 차가운 음료를 연거푸 들이켰더니 배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더위 먹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들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7명이나 발생했다. 400여명이 일사병 등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KCDC)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 집계 결과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으로 지난 7월 24~30일에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이후 사망자는 총 10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14명, 2014년 1명, 2015년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감안하면 예년보다 사망자 수가 3배 가량 많아진 셈이다.
지난주 이후 지난 3일까지 11일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수는 411명이나 됐다. 노년층일수록 더위에 약하다는 상식이 통계상으로도 확인됐다. 온열질환 환자 10명 중 6명(532명)은 50대 이상의 장ㆍ노년층이었고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6.3%(239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은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이 많이 나 체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서 일어난다. 땀이 많이 나고 기력이 없어지면서 피로감이 오는 경우를 열탈진이라고 한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근육 경련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깨, 팔, 다리나 손가락 등의 근육이 떨리는 열경련도 대표적인 온열 질환의 증상이다. 더욱 심해지면 어지러움을 느끼며 일시적으로 실신하기도 한다. 손이나 발, 발목이 붓는 열 부종, 땀띠 등도 온열질환 중 하나다.
체온이 과도하게 올라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면서 심장부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면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열사병에 걸리기도 한다. 체온이 높지만 땀이 제대로 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외출할 때는 양산 등을 이용해 햇빛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풍이 잘 되도록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고 어두운 색 보다는 밝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열을 분산시키는 것에 도움이 된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70%는 오후 12시에서 6시 사이에 집중됐다. 햇볕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폭염에는 물을 마시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이뇨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낮술이나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순수한 물만 많이 마시게 되면 수분 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서 혈액의 삼투질 농도가 낮아진다. 이 경우 수분이 세포안으로 이동하면서 나트륨저하증에 시달려 두통이나 구토, 의식 혼란이 올 수 있다. 맹물은 한 시간에 최대 800㎖만 마시는 것이 좋다. 미국의 스포츠 의학계는 물 1ℓ에 소금을 0.5~0.7g 정도 섞어 마시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더위가 계속 되면서 집에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차가워진 몸의 체온을 맞추기 위해 열을 발생시켜 열대야로 인한 숙면 방해를 심화시킨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서 20분간 목욕이나 반신욕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사용하지 않도록하고 식사는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바람을 직접 쐬면 두통이나 체온 저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선풍기는 벽 쪽을 향해 1~2시간만 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