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가 서해 상공에서 GBU-56 공대지 폭탄 투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가 서해 상공에서 GBU-56 공대지 폭탄 투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1972년 7월 단좌기 최초비행, 1973년 7월 복좌기 최초비행, 1974년 11월 해당 기종 최초 미 공군에 인도. 1976년 1월 전투 비행대에 전력화.

그러니까 최초비행은 물론이고 1호기의 공군 납품이 이미 50년이 넘은 미국의 전투기가 있습니다.

이미 퇴역했냐고요?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 30년은 더 하늘을 누빌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무기체계는 맥도넬 더글라스의 F-15 이글입니다.

F-15 이글은 맥도넬 더글러스가 설계한 미국의 공중우세전투기입니다.

F-15에 대한 미국의 고민은 미 전투기 역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전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F-14 톰캣이나 F-16 파이팅 팔콘도 다 이 시기에 나온 걸작들입니다.

특히 주목했던 것은 F-4 팬텀이 베트남전에서 소련군의 MiG-21 같은 전투기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은 전투기의 공중전에서의 우세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습니다.

1960년대 초반. “무조건 다 같이 써”를 외치며 국방경영효율화를 외쳤던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에도 같이 쓸 수 있는 항공기를 개발하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F-111이 탄생합니다.

물론 F-111은 공군의 중거리 차단 역할과 해군을 위한 장거리 요격 임무를 할 수는 있었지만 공중우세를 달성할 수 없었죠.

미국이 고민을 거듭하던 사이 1967년 7월 소련은 모스크바 인근 도모데도보 비행장에서 열린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MiG-25를 공개했습니다.

소련이 공개한 MiG-25는 극한의 기동성을 위해 제작된 전투기처럼 보였습니다.

두 개의 엔진과 엄청나게 넓은 날개폭, 두 개의 꼬리날개 등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미국이 위기의식을 갖기에 충분했죠.

또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졌던 시기여서 미국은 당연하게 새로운 레이더와 무기 시스템, 첨단 경량 소재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됩니다.

실무장 사격에 나서는 F-15K 전투기를 격납고로부터 유도하고 있다. [공군 제공]
실무장 사격에 나서는 F-15K 전투기를 격납고로부터 유도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후 공개된 성능 기록은 미국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죠.

MiG-25는 1967년 10월 500㎞ 구간에서 시속 2981.5㎞를 기록했고 11만5000피트, 즉 3만5000m를 넘어선 최초의 항공기로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1976년 미국이 그토록 궁금했던 MiG-25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는 헛웃음밖에 안 나왔지만 말이죠.

1976년 9월 소련 공군 소속 빅토르 벨렌코 중위는 소련 극동 공군기지에서 MiG-25를 타고 일본의 민간 공항으로 망명했습니다.

미국은 10년 이상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전투기를 샅샅이 조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죠.

확인 결과 크기와 외관은 F-15와 거의 비슷했지만 내용은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체 대부분은 무거운 니켈 강철 합금으로 제작돼 F-15에 비해 무게가 거의 2배에 달했고 큰 날개는 민첩성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단순히 무거운 기체를 이륙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도 확인됐죠.

또 엄청난 무게로 인해 4.5G로 기동할 수 있었고 전투반경도 300㎞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항공 전자장비는 오래된 진공관을 사용했고 레이더는 하향 감시기능이 부족했다는 것도 밝혀졌죠.

소련에 대한 과대평가는 아주 멋진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1968년 9월 미 공군은 주요 항공기 제작사에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미 공군은 공대공 역할을 위해 최대 이륙중량이 4만 파운드, 18t이고 최대 속도는 마하 2.5, 임무 중량에서 추력 대 중량 비율이 1:1인 쌍발엔진의 단좌 전투기를 요구했습니다.

여러 회사 중 4개 회사가 제안서를 제출했고 미 공군은 1969년 12월 맥도넬 더글러스를 최종 선택했습니다.

F-15K 전투기가 실무장 사격 출격을 위해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F-15K 전투기가 실무장 사격 출격을 위해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 공군은 홈페이지에 “F-15 이글은 공군이 전장에서 공중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천후 전투기이며, 극도로 기동성이 뛰어난 전술기”라고 소개합니다.

또 “전례 없는 기동성과 가속도, 범위, 무기 및 항공 전자장비의 혼합을 통해 이를 달성했다”고 자랑합니다.

F-15 이글은 길이 19.44m, 높이 5.6m 날개 길이 13m 무게 14.37t의 중대형 기체로 프렛&휘트니사의 F-100-PW-100, 220 또는 229 터보펜 엔진 2기를 장착했습니다.

기체 소재는 소련의 MiG-25와 달리 알루미늄 37.3%, 벌집구조 29.2%, 티타늄 25.8%, 복합재와 섬유유리 2% 등 다양한 소재와 구조설계를 통해 무게를 대폭 줄였습니다.

기체 수명은 4000시간으로 설계됐지만 나중에 수명연장 프로그램을 통해 8000시간으로 늘었고 일부는 그 이상 비행하기도 했습니다.

최대속도는 마하 2.5, 9G까지 기동할 수 있고, 항속거리 5500㎞, 전투행동반경도 1967㎞에 달합니다.

레이더는 AN/APG-63을 사용하는데 미 공군은 “다재다능한 펄스도플러 레이더 시스템은 지상 클러터에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고공비행하는 표적을 올려다보고 저공비행하는 표적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또 “비가시선 전투는 물론 매우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항공기와 소형 고속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자랑하죠.

F-15의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무장 장착능력입니다.

20㎜ 캐논 940발을 장착하고, AIM-9 사이드와인더 4발 또는 AIM-7 스패로우 4발 또는 AIM-120 암람 8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공대지 무장장착이 특화된 F-15E는 항공기에 장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폭탄과 레이저 유도폭탄, JDAM, 하푼 등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F-15K는 타우러스까지 장착할 수 있어 지상 표적에 대한 정밀공격 능력도 갖췄습니다.

실무장 사격에 앞서 F-15K 전투기에 GBU-56(L-JDAM) 공대지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공군 제공]
실무장 사격에 앞서 F-15K 전투기에 GBU-56(L-JDAM) 공대지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공군 제공]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항공전자시스템도 향상시켰습니다.

1974년 F-15전투기 초기모델인 A와 B 400대가 주문됐고 1976년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들의 구매가 잇따랐습니다.

그리고 1979년 이스라엘 조종사가 MiG-21 4대를 격추하며 실전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죠.

이후 걸프전을 비롯해 터키와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 작전 배치되며 막강한 전투능력을 과시했고 2008년까지 공중전 전적 104:0으로 손실 없이 승리를 기록하면서 우수성을 입증했습니다.

재밌는 이력도 있습니다.

1985년 9월 13일 윌버트 피어슨 주니어 소령은 ASM-135라는 실험용 미사일을 이용해 임무가 종료된 군사 관측 위성을 파괴해 위성을 공격한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기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반세기를 풍미한 F-15는 F-15EX 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미 공군은 F-15C/D를 대체하기 위해 144대의 F-15EX를 조달하기로 했죠.

너무 비싸서 널리 보급할 수 없는 F-22를 대신하기에 가장 적절한 전투기라고 판단한 겁니다.

F-15는 현재까지 1000대 가량 생산됐고 지금도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에서 사용하고 카타르도 36대를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강력한 위기의식은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혁신의 노력으로 이어질 때 반세기 이상 주력의 위치를 차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의 위기의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은 무엇에 쏟고 있는지 점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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