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의 제왕 풍산…드론의 왕좌 노린다[오상현의 무기큐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풍산이 탄약에만 집중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때 저희는 탄약을 드론에 접목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초. 아직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부산에서 만난 송이화 풍산 첨단기술연구실 무인기술팀장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안쪽 풍산부스를 가득채운 각종 드론은 그의 눈에 담긴 확신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듯 그를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6~8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는 ‘2024 드론쇼코리아’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드론쇼코리아는 10개국 228개사가 참여해 자타공인 아시아 최대 드론 전시회라 칭할 만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풍산의 전시부스는 프로파일럿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중앙에 설치한 디오라마에는 지상군의 작전이 모사돼 있었습니다.

다목적 전투드론(MCD-2/7:Multi-purpose Combat Drone) 여러 대가 공중에 떠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적 전차를 타격하고 또 다른 드론은 공중에서 탄약을 떨구며 적 지휘소를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디오라마에 모사된 드론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정익 드론이나 멀티콥터 형태가 아닌 동축반전로터라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탄약의 제왕 풍산…드론의 왕좌 노린다[오상현의 무기큐브]
지난 3월 2024 드론쇼코리아에 전시된 풍산의 소형공격드론 운용개념도[풍산 제공]

이런 형태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송이화 팀장은 “풍산에서는 지금 현재 드론 형태에 집중하기 보다는 임무 장비에 집중했다”며 “어떻게 하면 전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를 고민하고 개발한 드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고정익이나 멀티콥터 형태를 사용하면 드론을 소형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임무에 특화한 드론에 집중해서 개발하다보니 조립하는 형태로 시작했고 병력들이 15분 이내로 드론 사용 준비를 완료하도록 개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는 고정익기나 멀티콥터 형태를 쓰기가 어렵고 특히 이륙이 어렵고 비가시선 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며 “지휘소에서 후사면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 군집형태로 개념을 잡고 제일 상단에 있는 중계드론이 정찰도 하고 지휘고 하는 지휘드론으로 상공에 떠 있으면서 나머지 드론들로 한 번에 모든 표적을 제압한다는 개념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풍산은 다목적 전투드론을 두 가지 모델로 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 군의 편제에 맞춰 활용하기 좋게 말이죠.

작은 크기의 MCD-7 계열은 대대급에서 사용할 때, 또 소분대급에서 사용할 때는 MCD-2계열을 사용하도록 한 겁니다.

뒤에 붙는 7과 2는 드론의 무게를 말합니다.

MCD-2는 총 중량 2㎏, 비행시간 5분, 작전반경 2㎞로 자탄이나 수류탄 등 350g의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광학센서를 장착해 건물 안이나 건물 뒤에 엄폐하고 있는 병력을 타격하는 용도입니다.

MCD-7은 늘어난 중량만큼 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전체 7㎏의 무게 중 4㎏은 구동장비와 배터리의 무게이고 3㎏의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공격임무를 할 때는 적의 전차나 장갑차를 관통할 수 있는 EFP(폭발성형관통)모듈을 비롯해 파편형 고폭탄이나 투하공격모듈을 장착하고 전투지원임무를 할 때는 감시정찰과 조명, 통신 중계, 레이저 조사 등의 임무장비를 장착합니다.

중장갑차량과 적 지휘소, 미사일발사대, 밀집병력 등 이동과 고정표적은 물론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비가시선, 후사면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비행시간은 30분 정도로 100m 상공에서 비행하면 맨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프로펠러가 작동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지상통제장치(GCS)는 개인 휴대전화에 설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습니다.

한 사람이 한 대의 드론을 운용할 때는 개인 휴대 GCS를 사용하고 한 사람이 군집드론을 운용할 때는 별도의 GCS를 이용합니다. 4개를 기본 세트로 운용하지만 세트가 많아져도 군에서 주파수 대역을 얼마나 주는지에 따라 가능하다고 풍산측은 설명했습니다.

송 팀장은 “일부 임무장비는 무게를 3㎏에서 1㎏까지 줄일 수 있고 배터리 모듈도 장시간과 단시간 비행용 등 두 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며 “필요한 임무에 따라 비행시간과 비행거리를 다르게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은 업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투자하다보니 군의 주파수 대역이 아닌 상용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래서 현재 기본형은 6㎞까지 운용할 수 있지만 파넷(Flying Ad-hoc Network)을 이용하게 되면 10㎞, 그리고 군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게 되면 더 멀리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배터리 분야의 연구를 계속 진행해 운용시간을 최대 1시간까지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MCD의 공용화나 운용의 효율성도 설명했습니다.

송 팀장은 “다른 드론들은 대부분 탄두와 드론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나 보관이 어렵지만 저희 장비는 따로 보관해 안전하고 배터리도 여러 개를 충전했다고 교체해 쓸 수 있다”며 효율적인 보관과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자랑했습니다.

또 “직경을 110㎜로 만든 것은 공용화를 위한 것”이라며 “개인이 휴대했을 때는 발사관이 필요 없지만 함정이나 전차 등 다양한 체계에 적용하기 위해 발사관에서도 발사할 수 있게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탄약의 제왕 풍산…드론의 왕좌 노린다[오상현의 무기큐브]
풍산이 개발하고 있는 초소형 지능형 드론 운용개념도. [풍산 제공]

역점을 두고 개발하는 차기작에 대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름은 초소형 지능형 드론(MID: Micro Intelligence Drone). 세계 최초로 자율비행이 가능한 1㎏급의 초소형 드론체계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터널이나 방공호, 핵·미사일시설, 지하철, 동국과 같은 GPS나 통신이 제한되는 지역에서 자율비행(Lv.4)이 가능한 드론입니다.

1㎏의 드론에 라이다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비를 탑재하고 건물이나 지하시설 안에서 위험을 인지해 회피 기동하면서 탐색한 뒤 3차원 지도를 만들 정보를 수집해 나와서 사용자가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해부터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오는 2028년까지 사업비 306억원을 투자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 팀장은 “미국 공군연구소(AFRL) 논문 기준 자율화 레벨 등급에 따르면, 레벨4는 결함이나 이벤트에 적응 가능한 수준의 자율비행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1㎏의 소형 드론이 자율비행 레벨4 수준은 없다”며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도 현재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년 뒤 부터는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탄약의 제왕 풍산…드론의 왕좌 노린다[오상현의 무기큐브]

이번 전시회에 풍산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군에서 시범운용을 진행했던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 실물도 선보였습니다.

탄약투하 드론은 살상반경이 7m인 드론 전용 이중목적고폭탄 3발을 탑재해 장갑차량이나 병력 등 목표물을 공격하고 자체적으로 피해평가를 수행해 필요시 재공격할 수 있는 드론으로 30분 동안 비행할 수 있습니다.

송 팀장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무유도 탄약으로 만들었는데 150m 상공에서 투하했을 때 2~2.5m 반경에 100% 명중한다고 보시면 된다”며 “바람을 측정하고 방향을 전환해서 투하하는 개념으로 정확도를 높여 7~10㎧의 바람이 불어도 충분히 정확도를 낼 수 있고, 300m 고도에서 투하해도 5m 반경까지는 무리 없이 탄착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야전에서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크게 단점은 없었다고 상상만 하던 드론으로 숨어 있는 적을 공격하다보니 현실감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군에서 바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투하장치와 탄약 결합체를 군에서 운용 중인 정찰드론에 언제든지 장착해서 투하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탄착 정확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고정익 등 다른 드론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이화 팀장은 “군에서 로드맵을 정확하게 제시해주면 다양한 형태와 임무를 갖는 모든 드론을 한 사람이 조종해서 전장을 손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공격드론체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드론 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포부를 밝혔습니다.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

탄약 한 발 투하 후 재공격까지 가능?! 풍산 전투드론 ㅣ2024 드론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