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래 전 KAI 상무 “한국판 그라울러, KF-21도 가능”

“스텔스는 조만간 무너져…전자전기‧KF-21NAVY 같이 가야”

“’항모 만들 수 있나?‘ 가 아닌 어떤 항모를 만들까 고민해야”

지난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해부터 헤럴드경제 국방전문콘텐츠 프로파일럿의 진행을 맡은 오상현입니다.

프로파일럿은 국내 기술로 우리 항공기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고 국산전투기 개발에 참여했던 전문가를 만나 발전방향과 전망을 밝히는 콘텐츠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채널입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프로파일럿은 국산전투기뿐 아니라 항공기 엔진과 지상·해상장비 등 다양한 무기체계로 그 지평을 넓혔습니다.

매주 한편씩 정성스럽게 준비한 콘텐츠 중 조회수 20만회 이상의 콘텐츠를 글로 기록해 명예의 전당에 헌정하고자 합니다.

올해부터는 프로파일럿이 공개하는 모든 콘텐츠가 20만 조회수를 넘길 기대하며 2023년 프로파일럿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KF-21 시제2호기가 지난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 시험탄 분리시험을 실시하는 모습. [헤럴드DB]

한국판 그라울러 KF-21도 가능?

지난 2023년은 한국형전투기 KF-21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한 해였습니다.

2023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2023 ADEX)에서 KF-21의 멋진 공중기동을 보면서 우리 기술로 제작한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수호할 날이 곧 오리라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대와 감동이 반영됐을까요?

지난해 프로파일럿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 역시 KF-21 관련 콘텐츠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 조선업계 엔지니어에서 시작해 1990년대 초 항공업계가 본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던 시기에 항공업계에 진출했던 조종래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가 출연해 KF-21을 기반으로 전자전기와 항모 탑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종래 전 상무는 “KF-21은 4.5세대가 아니고 5세대 항공기”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KF-21의 외형을 잘 보면 스텔스 형상을 안 갖춘 곳이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이어 “적의 레이더파가 가장 많이 반사되는 부분이 항공기 엔진의 공기흡입구”라며 “기체표면과 캐노피 등 다른 부분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설계를 잘해야 되는 부분이 공기흡입구”라고 말했습니다.

또 외부 무장창을 달아놨는데 무슨 스텔스냐는 지적에는 “스텔스는 레이더에 반사되는 표면적이 적게 잡힌다는 것이지 안 잡히는 게 아니다”며 “얼마만큼 저피탐으로 설계하느냐, 공기역학적으로, 기계역학적으로, 열역학적으로 또는 표면처리에 도료를 얼마나 발라서 어떻게 레이더에 적게 잡히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 방문객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 KF-21 시제기 옆에서 KF-21은 4.5세대가 아니고 5세대라고 말한다”며 “(4.5세대라고 말했던 것은)경쟁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우리의 전술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한국형전투기 KF-21이 올해 최초 양산에 돌입한다. 사진은 최근 국방과악현구소 해미 시험장에서 고온환경시험을 하고 있는 KF-21.[방사청 제공]

스텔스는 조만간 무너진다

조 전 상무는 “스텔스는 조만간 무너진다”며 스텔스성능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경계했습니다.

그는 “스텔스는 전파와 시각적, 음향 이 3개 중 하나만 잡아도 비행기는 잡힌다”며 “수많은 레이더들이 S-밴드와 L-밴드, X-밴드를 통해 스텔스 잡는 레이더를 이미 중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이 20여년 전부터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스텔스는 언젠가는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계 최고의 전투기 F-22랩터가 알래스카에서 수많은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펼쳤을 때 다 승리했지만 딱 한번 졌던 것이 차세대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EA-18G에게 당했다”며 “이는 스텔스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스텔스가 나온 순간부터 전파방해기술(ECM)이 나오고 전파방해방어기술(ECCM)이 나왔다”며 “상대가 못 볼 때는 많은 힘을 발휘하지만 모습이 보이는 순간 그 순기능은 다 없어져버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스텔스를 위해서 많은 폭장을 해야 될 자리에 내부 무장창을 장착해 기체 안으로 넣고 다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것도 스텔스 기능 때문에 희생하고 포기한다”며 “스텔스가 무너지는 순간 전투기의 가성비는 굉장히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미국 공군이 지난해 예산을 요청했을 때 F-35 구매를 감축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영국 해군이 138대의 F-35B를 도입해 퀸엘리자베스항모와 웨일즈함을 운영하려 했었는데 현재 45대만 도입하고 90여대는 주문 취소를 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습니다.

한국형전투기 KF-21, 전자전기도 가능할까? [오상현의 무기큐브]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격납고에서 KF-21이 나오고 있다. [헤럴드DB]

전자전기와 항모용 KF-21 반드시 같이 가야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전자전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스텔스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레이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 레이더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자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 전 상무는 “전자전기 사업이 2022년 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해서 2024년에 전자전기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스댄드 오프 잼머(Stand-Off Jammer), 즉 원거리에서 전자 장비를 교란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재머를 탑재한 사업이 곧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나 RWR신호를 받아 채프와 플레어를 투발하는 전자 방해책 투발장치(CMDS)를 운용하기 위한 임무정보를 적의 레이더 주파수를 분석해서 대응하는 원시적인 수준이었다”며 “우리 군의 전자전기 연구개발 사업을 위해 우리가 처음으로 전자기 스펙트럼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이걸 어떻게 공격용과 방어용 무기로 사용하고 채택할 것인가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전자전기를 대비한 플랫폼과 EA-18G와 같이 전투기에 전자전 임무를 부여한 개발사업으로 넘어가야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조종래 전 상무는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KF-21네이비와 전자전기에 대한 소요는 반드시 같이 가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미군 항공모함의 함재기 운용 전술을 보면 제일 먼저 항모에서 조기경보기가 이륙해 적의 위치와 표적정보를 획득하고 두 번째로 EA-18G가 출격해 조기경보기가 탐지한 적 전자자산 중에서 공격 포인트에 있는 전자전 성능을 마비시킨 뒤 FA-18 등 전투기를 보내 편안하게 목적을 달성한다”며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KF-21을 함재기용 전투기로 만들기위해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조 전 상무는 “항공기가 항모에 착함하는 것은 활주로에 비하면 거의 처박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체구조 보강을 굉장히 많이 해야하고 랜딩기어가 튼튼해야하며 착륙시 비행기를 잡아주는 어레스팅 후크 등을 보강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속도는 느리면서 양력을 많이 받게 하려면 날개를 기존 공군 전투기보다 약 20~30% 확장해야하고 좁은 항공모함 격납고에 보관하기 위해서는 날개가 접혀야 한다”며 “이런 소요와 설계 변경은 KAI가 5년 전에 충분히 분석했고 이미 기본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며 함재기 제작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1위의 조선 설계능력과 건조능력을 갖춘 대한민국이 거기에 들어갈 콘텐츠는 왜 외국 것을 쓸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한국형전투기 KF-21, 전자전기도 가능할까? [오상현의 무기큐브]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6호기의 최초비행 성공 사진.[방사청 제공]

항모 만들 수 있나? 가 아닌 어떤 항모를 만들까 고민해야

조 전 상무는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건조할 수 있는 설계능력과 시설을 갖춘 조선소가 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 한화오션 등 3 곳이나 있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어떤 항공모함을 만들것이냐를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항공모함은 어떤 전력을 원양에서 투사할 것인가라는 목적과 용도를 정확하게 정의를 해야 어떤 항공모함 플랫폼을 가지고 함재기를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결정해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겁니다.

또 “조선사는 항모를 설계할 때 반드시 함재기를 설계한 회사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짚고 넘어갔습니다.

왜냐면 “함재기의 운용과 이송, 관제, 전투, 후속군수지원, 정비, 수리 등 모든 것을 함재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항공모함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함재기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만들려면 항모를 설계할 때 항공기의 제원과 특징을 명확하게 알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F-35B를 함재기로 운용하겠다고 결정하면 미국은 갑판과 격납고에 F-35B를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설계하는 항모의 모든 제원을 요구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국산으로 가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항공모함을 국산 플랫폼으로 만들려면 함재기는 반드시 국산 함재기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파 스페셜 ‘국산 전투기 엔지니어 특집’ 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