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실종, 매출급감 직격탄
정치·사회 불안에 내수경제 타격
전문가 “자영업자 지원 정책 절실”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 지금은 나아질 거란 희망조차 안 보입니다. 내년에는 줄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쏟아질 겁니다. 경기는 계속 안 좋았는데 정치 리스크가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50대 자영업자 김모 씨)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연말 대목만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돌아오지 않는 소비자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불확실성 우려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대출규제 완화 등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중구·종로구 먹자골목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앞으로도 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손모 씨는 “지금 바빠야 할 시기인데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40~50% 정도 빠졌다”면서 “이번주에도 20~30명 모임 예약이 있었는데 전부 취소됐다”고 털어놨다.
연말 대목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외식산업경기지수는 3분기 76.04였지만, 4분기 전망지수는 83.65까지 올라갔다. 통상 전망지수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로 인해 경기지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4분기 전망지수가 3분기(83.12)보다 높았던 건 탄핵 정국 전까지 연말 특수 기대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역시 대외 불확실성 가능성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급할 때 분기별로 미리 수급하고 소진하는 구조인데, 지금까지 상황이 계속되면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도 “정부에서도 연말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소비 진작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걸 기대할 수 없어 좌절감이 감지된다”면서 “소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소비는 줄어들고 기업은 투자를 미뤄 내수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라며 “자영업자를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연시 대목은 소상공인에게 1년 장사를 좌지우지하는 시기인데, 정치적 충격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추가경정예산) 용도를 ‘자영업자만을 위해’ 등으로 제한해 1월 중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새날·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