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소비침체로 내수시장 한계…해외 전략에 집중
롯데 동남아 총괄조직 설립…신세계도 뷰티TF 구성
식품·패션·뷰티업계도 해외로…“국내보다 성장성 커”
[헤럴드경제=강승연·신현주 기자] 유통업계가 소비 침체와 정치 리스크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을 짜기 위한 해외 조직과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분주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는 내수 부진으로 약화한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부터 식품·패션업체까지 글로벌 진출 전략 구상에 돌입했다.
롯데는 식품·쇼핑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동남아 공략을 위해 연내 싱가포르에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다.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해외, 매출 3조원 달성을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동남아 사업을 핵심 축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소비 침체 장기화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이 10조5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3259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해외 할인점과 백화점 매출은 각각 1조1271억원, 8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60.5% 신장했다. 특히 해외 할인점의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늘며 두 자릿수 성장세(11.4%)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초대형 상업복합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장하며 글로벌 쇼핑몰 사업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개장 9개월 만인 6월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K-패션, K-푸드 열풍을 반영해 선보인 한국 브랜드와 한국식 팝업스토어가 효과적이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성장성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추가 출점도 계획 중이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정유경 회장 승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백화점 기획전략본부에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뷰티 전략 TF팀을 신설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뷰티 사업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조직이다. 정 회장이 승진 후 처음 만든 조직인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시험대는 미국 진출이다. 국내 브랜드를 아마존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 소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전략이 구체화되면 미국 현지법인에 인력을 파견할 수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공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며 “추이를 보고 내년 초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글로벌 진출 준비에 한창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해 10월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내년 9월께 미국 1호점 개장을 준비 중이다. 롯데리아 해외 거점인 베트남에서는 252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 미국 1호점 자리를 선정하고, 공사를 거쳐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동남아·북미 등 지역별 팀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인마트인 H마트를 시작으로 마시는 요거트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K-푸드 해외 진출의 첨병인 농심은 내년 1분기, 유럽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또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남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양은 ‘불닭볶음면’ 열풍에 힘입어 해외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우려도 있다”며 “현지 생산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패션·뷰티 업계도 마찬가지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법인 설립 후 온라인 중심으로 진출했다가 작년부터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업 프로젝트 ‘무신사 미츠 도쿄 뉴 웨이브’와 연계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펼치기도 했다. 패션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해 일본을 넘어 아시아,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