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며 “미 차기 정부 출범 첫 100시간이 한국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반도체 관련 규제 등이 모두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2기 행정부와 협상할 지도자가 없는 외교 공백이 안보와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차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고려할 때 10% 이상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445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10월 443억 달러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관세 부과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말이다. 10%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대미 수출은 약 55억달러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0.1% 포인트 내려간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각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새로운 통상 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전략을 모색하고 국제 연대와 경제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경제에는 탄핵보다 트럼프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데 모두 손을 놓고 있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세계에서 한국이 고립무원에 빠질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상호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것인데, 계엄사태와 관련된 정보공유 누락과 야당의 1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제기된 외교적 논란은 한미 양국 간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2차 탄핵안에선 빠졌지만 “일본 중심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약화시킬 위험 요인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대북협상을 전개할 가능성도 우려가 크다. 핵을 가진 나라와 잘 지내는 것이 좋다며 사실상 북핵을 인정해온 트럼프가 직접 북한과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실질적인 국가 위기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한미간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게 시급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외교와 안보 분야 만큼은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비상한 상황으로 보고, 국회와 정부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서라도 신뢰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국가 이익을 최우선하는데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