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영원한 일용엄니’ 고(故) 김수미(본명 김영옥‧1949~2024)가 30대부터 말년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가 12일 책으로 나왔다.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책이다.
올해 10월 유명을 달리한 그가 지난 1월 남긴 일기에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는 당시 심경이 담겼다.
지난 해 10월~11월 일기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하던 회사와의 분쟁을 겪으며 느꼈던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적혀있다. 그는 당시 일기에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 “지난 한 달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태웠다”고 털어놨다.
일기에 등장하는 회사는 ‘나팔꽃 F&B’다. 회사 대표이던 아들 정명호씨를 해임한 뒤 김수미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고인은 이와 관련해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오늘 기사가 터졌다.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젊은 날의 김수미가 연기를 향한 열정과 각오를 적어내려간 한 페이지도 있다. 1986년 4월 37살의 김수미는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고, 놀고, 참으면 어떤 대가가 있겠지”라고 다짐했다.
그는 50대가 된 2004년에도 그는 “어제 녹화도 잘했다.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해서 본때를 보여주자”며 적었다. 2017년 2월에도 “너무나 연기에 목이 말라 있다”고 적었다.
유족들은 생전 일기를 책으로 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김수미의 뜻을 존중해 일기를 공개했다.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고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며느리 배우 서효림은 “어머님의 유품 중에 오래된 일기장 속에서 곱고, 여리고, 여자로서의 김수미의 삶을 엿보게 됐다”며 “많은 분이 애도해 주시는 만큼 잘 살아내면서 그 은혜를 꼭 갚겠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 10월 25일 오전 고혈당 쇼크에 따른 심정지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