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과 비교해 환차익만 약 13조원.

“환율, 언젠가 내린다” 달러인버스 투자 서학개미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거래량 4배 ‘껑충’

미국, 트럼프 취임 앞두고 한국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계엄 사태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국내 증시가 얼어붙은 가운데 서학 개미들이 남몰래 웃고 있다. 국내 증시 리스크를 헤징하고 환차익까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세 불안이 낳은 ‘환테크’ 현상에 달러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액도 급등하고 있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학 개미의 환차익은 계엄령 선포 전인 12월 3일 기준 (원/달러 환율 1417.5원) 약 13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3분기 기준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9969억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얘기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2.2원을 기록했다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다시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429.1원으로 출발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101억5624만달러(한화 157조 6005억원)에 육박했다. 계엄사태가 발생한 지난 3일 보유액 1070억4734만 달러(약 152조원)과 비교해 일주일만에 2.9% 증가했다. 한 달 전(1035억1011만만 달러) 대비 6%나 늘었다.

이는 탄핵 정국에 국내 증시보다 안전한 미국 증시로 개미들이 눈을 돌린 영향이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급등도 주요 원인이 됐다. 안정적인 수익률에 환차익은 덤으로 얻어갈 수 있어서다.

환율 변동을 노리고 달러지수 추종 ETF 상품으로 눈 돌린 개인 투자자도 다수다. 실제로 계엄 사태 이후 미국 달러를 추종하는 ETF 상품 거래액과 거래량이 급등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달러 인버스 상품의 거래량이 폭증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고점이라 판단해 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한 ETF 상품 가운데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으로 매매가 쏠렸다. 이 상품은 달러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한다. 미국달러 선물 지수가 일별 2% 상승했다면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는 -4% 손실을 보는 식이다. 현재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는 통화 관련 ETF 중 거래액 1위다.

지난 10일 이 상품의 거래량(134만3535건)은 계엄 선포 당일인 12월 3일(34만1764건)과 비교해 약 4배 뛰었다. 거래대금은 19억1126만원에서 72억2253만원으로 약 277% 증가했다.

이밖에도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순으로 거래액이 증가했다.

아직까지 원/달러 1430원대를 오가는 강달러 분위기가 속에서 달러 인버스 ETF 상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의 지난 한달간 수익률은 -5.68%다. 그러나 투자 업계에서는 원화 약세가 지금처럼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위안화·엔화 등 최근 미국 이외 국가들의 달러 대비 환율이 하락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달러 강세 추세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원화 약세도 추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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