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이달 인하확률 98.6%
韓경기진작 필요 동조화 가능성 커
“韓 금리인하시 원화 또 폭락” 우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이번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경기 진작에 나서야 하는 우리나라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로 금리 인하에 실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계엄·탄핵 여파로 원화가치 하락 요인이 생겨난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하면 환율이 또 가파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안심하기 이른 가계대출 증가세도 여전한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오전 8시 56분 현재 기준 페드워치(뉴욕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향후 미국 기준금리 기대치 제시) 도구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이번달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98.6%를 기록했다. 동결 예상은 1.4%였다. 미 중앙은행(Fed)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페드워치 내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65.3%에 그쳤다. 동결 전망은 34.7%에 달했다.
금리 인하로 굳혀진 데는 전날 발표된 미국 CPI가 영향을 미쳤다. 미 노동부는 1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10월(2.6%) 대비 상승률이 0.1%포인트 올랐지만, 시장 예상치 수준에 부합하면서 단기 금리인하 속도에 제약을 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가 인하되면 통상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침체한 내수경기를 생각하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 10월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0.4% 감소하면서 전달(-0.5%)에 이어 두 달째 줄었다. 여기에 계엄·탄핵 여파까지 겹치면서 올해 4분기 내수엔 비상이 걸렸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이번달 0.25%포인트를 내린다면 우리나라가 1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치적 불안이 내수에 워낙 치명상을 입하고 있기 때문에 긴급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심스럽지만 지금 내수 상황을 보면 미국 금리인하 속도가 조절되더라도 우리나라는 금리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 낮췄다. 당시에도 고환율 문제가 있었지만, 경기 진작 필요성이 더 크다고 봤다. 다음 기준금리는 내년 1월 16일 금통위에서 결정된다.
변수는 환율이다. 전날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날 오전 9시17분경 환율은 여전히 1430원대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금리까지 내리면 환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금 환율의 문제는 국내 상황 때문”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율을 안심할 수 없고, 금리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수가 너무 안 좋아지면 금리를 내리는 결단 자체를 할 수는 있겠으나, 그러면 환율은 더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지금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는 더 폭락하게 된다”며 “환율 상태를 단순하게 봐도 지금 금리 인하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문제도 여전한 제약요인이다. 금리를 내리면 간신히 억제한 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가계빚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실제 1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41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901조8000억원)은 1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2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8월 3000억원(전월대비 증가폭 기준)에서 11월 2조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