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에서 대통령실로 오전 9시 정시 출근하지 않은 채 빈 차만 보내 출근한 척 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위장 출근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경찰 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차량으로 약 5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출근한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특정 시간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윤 대통령 출퇴근 경호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출근이 늦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내는 것이 맞는지 묻는 질문에 “시기마다 다르다”고 답했고, 그런 경우가 있는 것은 맞냐고 거듭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매번 출근이 늦어서 아침에 ‘가짜 부대’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 가짜 부대를 일컫는 별도의 경찰 음어도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달 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주말과 해외 순방을 제외한 18일 동안 위장 출근이 의심되는 사례가 최소 3차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지난달 25일에는 대통령 출근 차량 행렬로 보이는 차량들이 오전 9시1분과 오전 10시1분 두 차례 관저 입구를 나와 집무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오전 9시2분께와 오후 1시9분께 관저에서 집무실로 이동했다.
심지어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도 의혹이 제기됐는데, 오전 8시52분와 9시42분 두차례 관저에서 집무실로 차량 행렬이 이동했다.
경찰의 경호·검문 태도에서도 위장 출근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9시1분 가짜 출근 행렬로 보이는 차량들이 출발했을 때 경찰들은 일반 차량을 통제했지만 경호 태도는 느슨했다. 그러나 진짜 출근 가능성이 높은 오전 10시1분에는 사복 경찰들이 추가 배치됐고, 교통 신호 조작이 가능한 장치를 열어 통제를 준비하는 등 경찰들이 긴장감 속에서 차량 이동을 돕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달 29일에도 오전 9시2분 차량 행렬이 관저를 떠날 때는 경호가 느슨했지만, 오후 1시9분 진짜 출근 추정 차량들이 이동할 때는 철저한 검문과 통제가 이뤄졌다. 경찰들은 행인과 차량을 세세히 검문하고 주차된 차량의 기록을 남겼다.
지각 출근도 잦았다고 한다. 한겨레는 출근 차량 이동을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한 날은 18일 가운데 단 두 차례뿐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 이후였다는 것이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성실 의무가 규정돼 있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 시간을 어기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헌법과 법률적 의무 위반으로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제기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간 이후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관련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블라인드는 직장 이메일을 통해 인증한 이들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해당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 경찰들은 블라인드에 “초유의 출퇴근 쇼하는 인간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기동대랑 용산은 이미 다 아는 사실”, “일명 공차 업무”, “대부분의 등청이 저랬음”, “일을 한번 할 거 두번씩 했음” 등의 글을 남겼다.
한 경찰은 “(주요 인사를 경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명 ‘위장 제대 경호 기법’이긴 한데 저걸 늦은 출근 시 너무 자주 이용해먹은 게 문제”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