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한강” 호명에 기립박수
스웨덴 국왕이 직접 메달·증서 수여
“언어, 어두운 밤에도 우리를 연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이 수상 소감으로 던진 메시지는 폭력에 대한 항거였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인으로서는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은 처음이다.
한강은 시상식 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강은 작가로서 읽고 쓰기를 하면서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도달하고 내면을 마주했을 때, 나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질문들을 그 실타래에 의지해 다른 자아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또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받는 이유, 사랑하는 이유,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며 이러한 질문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왔으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강은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라고 화두를 던진 뒤 “언어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한강의 작품들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한강은 차분한 분위기의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이날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가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는 호명을 받고 시상식 무대로 향하자 장내 참석자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날 노벨상 축하 연회에는 한강과 함께 노벨상을 받은 존 홉필드·제프리 힌턴(물리학상), 빅터 앰브로스·게리 러브컨(생리의학상), 존 점퍼·데미스 허사비스·데이비드 베이커(화학상),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경제학상) 등 수상자들은 물론, 스웨덴 국왕과 총리, 한림원 등 수상자 선정 기관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