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정보센터 분석팀 조사

2위 물가…‘계엄 후폭풍’ 새 변수

빅데이터가 뽑은 올해 경제 키워드 트렌드 1위로 ‘금리인하’가 꼽혔다. 전문가는 대내외적 리스크와 내수침체가 맞물리면서 금리인하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동력을 되찾지 못하면 경제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빅데이터분석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경제 트렌드 키워드는 ‘금리인하’, ‘물가상승’, ‘가계부채’, ‘주택공급’, ‘경기침체’ 순으로 나타났다. KDI는 매달 말 22개사 언론의 경제기사를 분석해 주요 경제 키워드를 도출하고 감성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주희 KDI 경제정보분석실 빅데이터 분석팀장은 “올해 22개 언론사 경제면에 실린 21만여개의 기사를 분석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에 부정 감정 45% 달해…“기준금리 인하해도 대출금리 우상향”=금리인하 키워드 언급 추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6월 1676회에서 7월 2737회로 연중 최대(63%) 증가세를 보인 뒤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KDI 데이터에서 금리인하 언급 추이가 지난 7월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와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수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부채가 심화되면서 기준금리에 대한 국내 관심도도 높아졌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전달 대비 가계부채 증가액은 8월에 9조6259억원)에 연중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에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주문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 한국은행은 10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기준금리와 달리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됐다.

금리인하에 대한 감성 분석에 따르면 긍정은 53.8%, 부정은 46.2%에 달했다. 금리인하에 ‘부정’ 감성이 적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더이상 시중금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것”이라면서 “현재의 금리인하 조치는 내수경제가 심각하게 침체했기 때문에 이를 잡기 위해 한은에서 급하게 움직인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있어 주가도 떨어뜨지고 있다”고 했다.

▶“업황 개선 위한 장기적 대안 부제가 가장 큰 문제”=금리인하 외에도 물가상승(2위), 가계부채(3위), 주택공급(4위), 경기침체(4위)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기침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계대출 옥죄기보다 업황 개선을 위한 성장동력 마련과 지원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올라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 견고한 모습이지만, 한국은 비용상승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양상이 두드러진다”면서 “대출규제 강화는 임시방편일 뿐 시장이 실효성 느낄만한 공급부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 5대 경제 키워드 모두 ‘금리’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다”면서 “정부 재정, 민간 성장 동력 관련 키워드는 등장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안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와중에 금리 정책만 사용해서는 내수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