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집회가 달라졌어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린 지난 7일, 집회가 ‘젊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흥겨운 케이팝 가요에 맞춰 흔들리는 응원봉.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 모인 인원은 집회 측 추산 각각 100만명. 경찰 측 추산으로는 각 약 10만 명과 약 2만 명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 표시인 집회. 많은 인원이 운집하는 만큼 일회용 쓰레기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수막과 깃발, 팻말은 물론, 초와 촛불을 감싸는 종이컵 등도 한번 쓰이고 버려질 수 있는 ‘잠재적 쓰레기’다.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대개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고 촛농에 데이는 걸 막기 위해 주로 종이컵 등으로 초를 감싸 사용한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12만 개 이상의 초와 종이컵이 쓰이고 버려질 수 있었던 셈이다.
집회를 하면서도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사용’이다. 어둠을 밝히는 데에 각자 갖고 있던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촛불 대신 응원봉, LED촛불 등이 있다. 40대 이상 시민들은 케이팝 팬들에 용기를 얻어 스타워즈 광선검 등을 앞으로 들고 나오겠다는 다짐도 온라인상에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버릴 수 있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것도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이컵 대신 우유팩 등으로 촛불을 감싸면 된다.
시민들이 각자 소지품을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데도, 집회 도구를 두고 불필요한 갈등이 일었다.
발단은 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에서 촛불을 감싸는 데 재활용 우유팩. 중국어로 적힌 우유팩이 뉴스 화면에 잡히면서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 대통령 탄핵 집회에 “중국인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확산했다. 해당 우유팩에 쓰인 건 ‘음방실차집’과 ‘고섬두내’라는 상표. 대만 여행 시 편의점에서 꼭 마셔야 할 음료로 꼽히는 대표 간식들이다.
이에 대해 제로웨이스트가게 ‘알맹상점’ 측도 직원이 대만 여행 당시 마신 우유팩을 재활용하려 귀국 시 들고 온 해명을 내놨다. 상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국 음료가 아니고, 이를 든 시민들도 중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해외여행 중 마신 음료 팩을 들고 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즉, 스스로 만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시민들이 엄연히 있는데도, 이들의 존재 자체가 ‘황당무계한 변명’으로 치부된 셈이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중국 음료가 아니라는 걸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하룻밤 새 간첩으로 몰리는 시대에 살아간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아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유팩뿐 아니라 응원봉 등 집회에서도 새 물건 대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줍는 데서 나아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집회문화가 퍼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