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수장 한진만 첫 일성
“내년 가시적 턴어라운드 확신”
“뒤진 기술력 인정, 언젠가 극복”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투입된 한진만 사장이 첫 일성에서 ‘2나노 공정 수율의 획기적인 개선’과 ‘성숙공정 사업 확대’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하고,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향후 사업 반등을 이끌 전략과 방향을 임직원에게 처음 제시한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9일 오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up)”을 제시했다.
그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 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공정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뿐만 아니라 PPA 향상을 위해 모든 노브(knob)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PPA는 ▷Power(소비전력) ▷Performance(성능) ▷Area(면적)의 약자로, 공정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3가지 지표를 가리킨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로, 전류의 누설을 막아 기존 핀펫 구조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이후 낮은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한계에 부딪혔다.
그 사이 1위인 대만 TSMC는 기술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며 굵직한 빅테크 기업들을 3나노 공정 고객사로 대거 확보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의 3분기 매출은 235억2700만달러(한화 33조3200억원)로, 전체 시장의 약 65%를 차지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공정 부진은 차세대 기술인 2나노 공정 수율 약화로까지 이어졌다. 한 사장이 이날 메시지에서 “다음 노드에서 또 다시 승부를 걸어야하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고 언급한 이유다. TSMC는 당장 내년부터 최첨단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TSMC의 수율은 최근 60%를 넘으며 대량 양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2나노 공정에서 만큼은 전력 및 면적(PPA) 최적화를 주문하며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사장은 또한 “우리 사업부가 개발해놓은 성숙(mature) 노드들의 사업화 확대를 위한 엔지니어링 활동에 힘써 달라”며 “추가 고객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성숙 노드 사업은 선단 노드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장이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함께 통상 28나노 이상인 성숙(레거시) 공정 사업을 강조한 건 틈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성숙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TSMC가 3나노, 5나노, 7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한 사장의 메시지 역시 성숙 공정 고객사 확대를 통해 선단 공정 사업화를 위한 안정적인 매출을 이뤄나가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MIC 등 중국 업체들은 성숙 공정에서 기술력을 올리며 삼성을 추격히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한 사장은 이날 “타 대형 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언젠가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분들이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고 주문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우리가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부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현일·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