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혜랑을 웹툰에서 처음 봤는데, 악역이라 평면적이고 납작한 캐릭터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섬세함을 갖추려고 했고, 도도함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했다. 국극과 춤 등 예인이 갖춰야 할 것들을 잘 준비해야 했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서 매란국극단의 간판스타 서혜랑을 연기한 배우 김윤혜는 지난해 5월부터 하루에 9시간이나 춤과 소리를 익히느라 5㎏이 빠졌다고 한다. 국극단 최고 배우의 역할이지만 한국무용은 처음 접해 더욱 힘들었다.
서혜랑은 매란국극단의 또 다른 간판스타 문옥경(정은채)과는 대조적인 캐릭터다. 옥경은 국극 왕자님이며 혜랑은 공주님으로,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혜랑은 자신을 못믿는다. 항상 불안해한다. 자신이 존재하려면 소울메이트인 옥경이가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착증도 있다. 혜랑은 표면적으로는 악역이지만, 내면에 아픔과 안쓰러운 부분도 있다. 결국 혜랑은 무너진다. 그래야 납작하지 않게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김윤혜는 촬영전 출연진들이 워크샵을 가 1박 2일간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연습량이 많지만, 호흡 맞추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수련회나 MT 간 것처럼 함께 하며 모니터도 하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김윤혜는 연습과 촬영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게 보였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꿈꾼 건 아니지만, 무대에서는 동작과 소리가 크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를 배웠다.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아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점심때 카페를 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정년이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었다. 친구들이 문자도 보내줬다. 기억나는 댓글로는 ‘혜랑아, 너도 충분한 실력이 있는데, 왜 너를 못믿냐’였다”고 말했다.
김윤혜는 정은채와 호흡을 맞춘 게 좋았다고 했다. “은채 언니랑 호흡을 맞추면서 특별한 말을 안해도 신을 만들어갔다. 호흡이 좋아, 연기하기가 편했다.”
또, 정년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에 대해서는 “씩씩하고 좋은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단장을 연기한 라미란은 “분위기 살리는 최고의 선배이며, 후배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과연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배우였다”고 전했다.
김윤혜는 “‘정년이’에서는 표현들이 세세해야 하며 감정선이 중요했다”면서 “서혜랑이 정년이에게 악담할 때 딕션이 정확히 와닿았다는 반응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시대극이라 딕션을 신경써야 했다. 소리를 하니까 단단한 발성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별들이 흩어져 뭔가를 한다는 열린 결말도 좋았다. 옥경은 영화쪽으로 갔지만 혜랑은 많은 걸 깨닫고 국극으로 돌아와 후배를 양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성국극이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활동하는 분도 계신다. 직접 체험해보니 매력있는 예술이다. 계속 이어가도 많은 분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드라마는 소재도 신선하고, 다시 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사극은 해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시대극의 매력을 알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