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절반이 내년 긴축 경영을 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용 규모가 클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한 기업이 더 많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최근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를 한 결과다. 응답 기업 중 65.7%가 내년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중 49.7%가 긴축으로 경영 기조를 잡았다. 300인 이상 규모 기업에서는 긴축경영 응답 비율이 61.0%로 더 높았는데 2016년 조사 이후 최고다. 대기업일수록 현재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경제 위기 경보 단계를 높이고 재난 수준으로 비상 대응해야 한다.
기업들이 긴축 경영은 민생과 가계엔 즉각적인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투자를 줄이면 돈이 안 돌고, 구조조정을 하면 일자리부터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총 조사에서 긴축 경영의 시행계획을 묻는 말에는 ‘전사적 원가절감’(66.7%), ‘인력 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등의 순으로 답이 나왔다. 내년 투자계획과 관련해선 가장 많은 39.5%의 응답 기업이 ‘투자 축소’를 택했다. 올해 수준’(35.0%), ‘투자 확대’(25.5%)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축소 응답 비율도 300인 이상 기업(58.5%)이 300인 미만 기업(32.8%)보다 25.7%포인트 높았다. 내년 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44.6%)하거나 올해보다 축소(36.9%)하겠다는 응답이 10곳 중 8곳 이상이었다.
이미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현금 창출력이 좋은 알짜 사업이나 비핵심 사업 매각에 나서는 한편, 최근 인사에서는 임원 교체·승진을 최소화하거나 임원 규모 자체를 줄이며 조직의 슬림화·효율화를 꾀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국내 성장률 부진 전망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조직과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당장보다는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실질경제성장률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연속으로 잠재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단기적 경기 하강 뿐 아니라 장기·구조적 침체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수 진작과 ‘양극화 타개’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까지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일단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인적 쇄신이 경제 위기 비상대응팀 구성 수준으로 돼야 한다. 더 과감하고 더 전향적인 정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