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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 그릇 회수도 돈 내라” 플라스틱 줄이려다 배달비가 2배?
[123rf]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짜장면 그릇을 밖에 내놓기만 하면 가져가던 시절이 좋았죠… 일회용 그릇 안 쓰는 건 좋은데, 배달비에 회수비까지 제가 내는 돈 ‘2배’ 되는 거 아닌가요?”

배달 플랫폼에 ‘다회용기’ 사용이 확산될 조짐이다. 회수 가능한 스테인리스 재질 그릇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소비자들은 다회용기 사용이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한다. 현재도 3000~5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내는 만큼 다회용기 회수에도 당연히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음식 수령을 위한 배달비만큼 회수비가 책정돼 비용이 ‘2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단 회수에 따르는 추가 비용은 1000원 안팎으로, 소비자가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수비용이 음식배달비와 동일하게 책정돼 2배가 되지는 않는다. 다회용기 사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는 만큼 비용이 아닌 일종의 ‘환경 부담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기요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구 일부 음식점에서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요기요 캡처]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 다회용기 도입을 제안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에 서울시와 요기요가 진행하던 사업을 배달앱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요기요는 지난해 10월부터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 가능 음식점에서 주문할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나 다회용기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회용기 선택 시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기에 음식이 담겨 배달된다. 식사 후 문 앞에 용기를 두면 수거된다.

요기요의 경우 다회용기 수거비용으로 1000원을 책정한다. 현재는 요기요가 지원해 실제 소비자 부담은 0원이다. 회수 인건비에 세척비까지 최소 5000~6000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타트업 잇그린은 ‘생활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을 줄였다. 택배·배달대행업체, 실버택배 등과 제휴를 맺어 인건비 부담을 낮췄다. 업체들이 기존 배달·배송업무를 수행해 인근 다회용기를 수거해 모아두면 잇그린이 한꺼번에 회수해 세척하는 방식이다. 시간 안에 반납되지 않은 용기는 잇그린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회수한다. 요기요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해본 A(31)씨는 “용기를 세척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환경도 살릴 수 있어 1000원 정도는 부담할 만했다”고 평가했다.

A씨가 요기요를 통해 주문한 음식이 다회용기에 담겨 있다. 문 앞에 둔 후 QR코드를 찍으면 수거 접수가 완료된다. [독자 제공]

다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다회용기 수거비용이 ‘0원’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배달 대부분이 배달대행업체나 배달 플랫폼 소속 기사를 통해 ‘외주화’된 상황으로, 모든 배달 주문에 배달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 회수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면 1~2시간 후 회수해가던 10여년 전 배달 시스템과 다르다. 기존 방식은 식당이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해 ‘월급’을 주고 업주가 배달·회수비용을 감수하는 구조였다.

회수비를 배달비와 동일한 ‘서비스 비용’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배달쓰레기는 물론 환경호르몬 등을 이유로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다회용기 확대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카페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빨대가 금지되는 등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또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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