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모드로 갤럭시Z폴드3를 이용 중인 모습. [홍승희 기자/hss@]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나만 5G모드 꺼둔 거 아니었어?”

#. 직장인 홍모(27) 씨는 최근 2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를 자급제로 구입한 뒤 LTE요금제에 가입했다. 굳이 비싼 돈 주고 ‘안 터지는’ 5G(세대)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홍씨는 “배터리만 빨리 닳고 잘 터지지도 않는데 그럴 거면 안 쓰는 게 낫다는 생각에 LTE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5G 속도가 올해 3분기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국내 5G 이용자들이 느끼는 다운로드 속도나 품질은 조사 결과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 ‘안 터지는’ 5G 통신 대신 LTE(롱텀에볼루션) 우선모드로 설정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관련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를 운영하는 우클라(Ookla)는 전날(21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492.48mbps를 기록하며 2위인 노르웨이(426.75mbps)를 압도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411.31mbps로 5위에 불과했다. 1년만에 평균 다운로드 속도를 크게 높이며 1위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5G 통신 이용자들로선 체감하기 어려운 결과다. 5G 요금제를 내고도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123rf 제공]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5G통신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통신사 등으로부터 제공받는 5G 요금제 데이터 양은 평균 60.9GB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실 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31.1GB였다. 소비자들이 제공되는 데이터를 100%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5G 통신 품질 저하 문제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애초에 ‘답답한 5G 모드’ 대신 5G 요금제를 내고도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만원짜리 5G 요금제에 가입했다는 직장인 이모(35) 씨는 “ 새 갤럭시노트20의 배터리가 지나치게 빨리 닳고 인터넷 속도는 느려서 고장난 폰을 받은 건가 했는데, LTE 우선 모드를 켜니 문제가 해결되더라”며 “약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쓰지도 않는 요금비만 내는 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를 방증하듯 우클라가 전날 발표한 한국의 ‘5G 가용성’ 순위도 미국, 네덜란드보다 낮은 3위였다. 5G 가용성은 5G 지원 기기 사용자의 몇 퍼센티지가 5G 통신망을 사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우클라 조사 결과 한국 5G 가용성은 43.8%에 불과했다. 전체 5G 기기 사용자의 절반도 안 되는 이들만 5G 통신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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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5G 다운로드 속도와 국내 사용자들의 체감 품질에 괴리가 생기는 배경에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엘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5G 만족도는 27%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15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국보다 5G 다운로드 속도가 떨어지는 다른 나라의 5G 만족도가 40~60%대라는 걸 감안하면 유난히 낮다.

에릭슨은 보고서에서 “4G도 한국에서 처음 상용화했던 2012~2013년엔 소비자 만족도가 현재 5G 만족도와 비슷한 수준인 26%에 불과했다”면서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소비자들은 월등한 퍼포먼스와 촘촘한 커버리지, 혁신적인 서비스 등 통신사로부터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