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자체도 참 신기했다. 영화 ‘은교’에서 관능미 넘치는 소녀 은교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데뷔 3년 만에 김고은은 2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았고, 꾸준히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은교’, ‘몬스터’에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김고은은 여성 느와르 ‘차이나타운’에서 지하철 보관한 10번에서 발견된 일영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영화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김고은은 엄마로 불리는 차이나타운의 절대적인 보스 우희(김혜수 분)의 딸로 출연한다.
“‘차이나타운’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일영이라는 친구가 이해가 되고, 안 되고 하기보다 일영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어요. ‘일영이는 그런 인생을 살았구나’ 싶었고, 엄마가 이끄는 가족 구성원 역시 ‘아 그렇구나’ 싶었죠. 모든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은 전혀 다르잖아요. 친구가 되거나 관계가 맺어질 땐 항상 그 사람을 인정해줘야 관계가 유지되듯, 일영이 역시 저한테 그런 존재였어요”
김고은은 ‘은교’로 데뷔해 박해일, ‘협녀, 칼의 기억’에서는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고 ‘차이나타운’에서는 김혜수와 열연했다. 데뷔 3년 만에 영화계 대선배들과 연기를 하게 된 김고은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정말 좋았어요. 김혜수 선배님은. 저는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영광이고 뭐고 다 떠나서 기적 같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 봐도 신기했거든요. 근데 정말 소탈하세요. 후배배우인 저를 이렇게 배려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차이나타운’이 어두운 영화잖아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밝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신 놓고 찍었어요. 저희 정말 현장에서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차이나타운’은 힘들었던 기억이 크게 나지 않아요. 어떤 감정이나 연기를 할 때 해내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느냐 안 힘들었냐로 구분이 되는데, 그냥 그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영화 ‘차이나타운’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차이나타운’이 첫 연출작이다. 첫 연출작에서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배우 김고은은 “‘차이나타운’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감정이 남아 있었어요. 딱히 기억에 나는 게 아니라 먹먹하고 울컥하고 ‘도대체 내가 왜 울컥이는 거지?’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곱씹어보게 되고 여운이 남더라고요”
“한준희 감독님의 첫 연출작이에요. 사실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하고 치열했거든요.(웃음) 근데 전 그 치열함이 참 좋았어요. 치열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막 싸움이라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작업,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차이나타운’은 모든 캐릭터가 강렬해요. 근데 또 조화가 잘 돼요. 정말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배우들을 믿고, 배우들에게 많은 걸 맡겼고 서로 신뢰가 강한 게 느껴졌거든요. 현장이 즐거울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였죠”
“저 정말 밝은 거 하고 싶어요”
영화 ‘은교’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탓일까. 91년생 여배우 김고은은 사랑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어둡고 무거운, 한편으로는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를 통해 만난 20대 여배우 김고은은 웃는 모습도 예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 그 자체였다.
줄곧 무거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 김고은은 “저 정말 밝은 거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밝은 ‘로코’ 있잖아요. 저 정말 망가지고 싶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사진=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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