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이달 들어 2251억 증가
반도체 업종에서 1246억원 늘어…절반 이상 '쏠림'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늘어난 ‘빚투(빚 내서 투자)’의 절반이 반도체주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주가 포함된 제조업이 상반기 내내 신용융자 잔고를 키웠다면 이제는 반도체주로 주도권이 넘어간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이 내년 증시를 이끈다는 전망이 우세하자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대한 투심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헤럴드경제가 코스콤 체크를 통해 코스닥 업종별 신용융자잔고를 살펴본 결과, 이달 들어 반도체업에서 증가한 신용융자잔고는 1246억3000만원(2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닥 시장 전체에서 늘어난 빚투(2251억원)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주에서 발생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이 포함된 제조업의 빚투 증가액은 370억원에 그쳤다. 이 밖에도 ▷소프트웨어(275억원) ▷의료·정밀기기(235억원) ▷IT 부품(72억원) 등도 신용융자가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자기자본만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강한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신용융자를 이용해 주식을 사기도 한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 턴어라운드한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빚투’를 주도하는 흐름도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넘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이 2차전지 과열 진정을 이유로 신용거래융자 문턱을 높이기 전인 6월 잔고를 살펴보면, 에코프로 등이 포함된 제조업(1005억원)이 빚투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이었다.
개별 종목으로도 반도체가 2차전지를 앞선다. 이 기간 코스닥 빚투 증가 상위 10곳 중 5곳 역시 반도체주였다. 삼성전자에 장비를 공급하는 하나마이크론의 신용융자는 이달 들어 221억원이 늘었다.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204억원), 포스코DX(181억원), 에코프로(115억원) 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129억원이나 줄었다. 반도체 검사용 장비를 만드는 리노공업(127억원·4위)을 포함해 두산테스나(113억원·7위), 이오테크닉스(112억원·8위), 주성엔지니어링(88억원·9위)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주가도 강세였다. 반도체 섹터별 이달 수익률을 살펴보면, 반도체 장비주와 반도체 재료·부품주는 각각 17.7%, 15.1% 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담긴 반도체 대형주의 수익률(8.9%)을 모두 웃도는 성적이다. 마이크로컨텍솔의 주가는 이달 들어 55% 뛰었다. 이 밖에도 에스앤에스텍(36.2%), 주성엔지니어링(34.4%), 동운아나텍(31.9%) 등도 30% 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주보다 소부장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주가 상승폭을 노릴 수 있다는 투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주가 다소 미지근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올 3분기 소부장 종목들이 발표한 실적과 지난 2개 분기 주가 흐름을 종합해 판단해보면 현 시점은 전통 소부장에 대한 비중 확대가 유리한 시점”이라며 “반도체 업황 반등 이상의 실적 회복이 가능한 종목을 중심으로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