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벤처·SKS PE 조기상환 분수령
2000억원 CB 부담 여부 관심
IPO 미이행, IRR 9% 약속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과 관련한 최종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다. 4년 전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한 웨이브는 자금 상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티빙과 합병을 통한 청사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티빙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은 이번주 안에 양사 합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는 물론 시장 내 입지를 키워가는 쿠팡플레이와 경쟁하려면 양사 통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꾸준히 형성돼 왔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병 논의가 진전되지 않다가 최근 의견을 합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웨이브에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분이 담겨 있으며 티빙에는 네이버와 KT스튜디오지니, SLL중앙, JTBC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이다.
웨이브와 티빙 합병이 성사된다면 양사의 기업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책정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웨이브는 마지막 유상증자 기준 포스트 밸류가 1조4151억원을 기록 중이다. 티빙의 경우 마지막 증자 당시 주당 가치 기준으로 지난해 시즌(seezn) 합병에 따라 발행된 신주를 단순 합산해 추산한 밸류는 약 1조8600억원이다.
웨이브는 2019년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이후 지분 가치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FI 측 투자금 조기 상환 가능성도 열려 있어 티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부족하다.
웨이브의 FI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본부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다. FI는 4년 전 웨이브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발행 조건상 연 이자 0.5%, 만기 보유 시 3.8%의 수익률을 보장 받았다.
웨이브는 투자 약정에 따라 이자 지급 부담은 커졌다. 투자 당시 FI 자금 회수 창구를 열어주는 조건으로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IPO 착수를 약속한 시점이 이달 28일이었으나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약정에 따라 '만기보장수익률 3.8%' 조건은 '내부수익률(IRR) 9%'로 변경된다. FI 측에서 상환을 요청할 경우 웨이브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CB의 표면상 만기는 1년 남아 있다.
웨이브는 투자 받은 자금을 소진하는 사이 이익을 창출하진 못했다. 지난해 연결 순손실은 1351억원으로 전년 664억원 대비 손실폭이 커졌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섰으나 외형 성장이 따라주지 않아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지출된 탓이다. 작년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924억원이다. 올해 5월 지배주주 측인 SK스퀘어 미국법인에서 250억원을 출자 받아 유동성을 채우기도 했다.
웨이브는 티빙과의 통합 여부가 사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사 모두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절실한 만큼 통합에 따른 실익을 철저하게 따져보는 상황이다. 웨이브의 FI도 티빙과 합병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웨이브의 질적 성장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자금 상환 압박은 불가피하다. FI가 조기 상환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1년 안에 3000억원 안팎의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