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결국 승자의 저주 인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배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어렵게 인수한 카카오 경영진들이 구속 위기에 몰렸다. 하이브와 손잡은 이수만 전 최대주주에 맞서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 됐다.
카카오는 오랜 기간 SM엔터 인수를 놓고 이수만을 비롯한 SM엔터 경영진과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수만이 결국 하이브 편으로 돌아섰고,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장내 SM엔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SM엔터 인수를 위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주당 12만원) 이상으로 띄운 혐의로 카카오 주요 경영진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정보책임자(CIO)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다. 다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SM엔터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싸운 카카오는 지난 3월 하이브의 공개매수 시도 실패 직후 SM엔터 주식 833만여 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해 결국 SM엔터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SM엔터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가 카카오를 겨냥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와 SM엔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심지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카카오는 이수만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SM엔터 인수에 당초 예상보다도 2배 가량이나 많은 1조 2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시세조정 혐의까지 받으며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SM엔터 인수에 따른 출혈까지 겹치며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이수만을 배제하고 SM엔터를 인수하려 했던 카카오의 출혈이 너무 크다.
업계 관계자는 “SM엔터 인수는 긍정적 효과가 커, 카카오가 욕심을 낼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수만과의 관계 악화로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 들어갔고, 검찰 고발까지 악재가 겹쳐 자칫 큰 상처가 될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