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세 차례 심의만에 결론
“변협 광고 규정 개정 절차적 하자 없어”
“특정 변호사·이용자 ‘연결 가능성’↑” 개선필요
광고 서비스 인식·형량 예측 서비스는 광고규정 위배
다만, 징계 당시 헌재서 위헌 심사 중…징계 부적절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법무부가 법률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해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결론 냈다. 변협의 징계가 정당성을 잃게 되면서 로톡과 변협 간 갈등도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는 26일 로톡 가입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 중 120명에 대한 징계 취소를 결정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해선 불문경고 결정했다. 징계위는 지난 7월 첫 번째 심의기일을 연 뒤 판단을 내지 못하다가 이날 세 번째 심의기일을 열고 매듭지었다.
쟁점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행위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광고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구체적으로는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지 ▷변호사가 로톡이 자신을 드러내는 서비스로 인식했는지 ▷로톡의 법원 판결 등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등 여부다.
우선 징계위는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변협이 변호사 광고 내용과 방법에 대해 제한을 정하도록 현행 변호사법에 규정됐기 때문이다. 변협이 징계 과정에서 해당 변호사에게 진술 기회를 제공한 점 등도 고려됐다.
징계위는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로톡이 광고비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가입 변호사 전원을 플랫폼에 노출하고 있고, 광고비를 낸 변호사라도 노출 순서가 무작위로 이뤄지는 점 등이 뒷받침됐다. 다만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 간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규정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로톡의 광고비 구간이 0원에서부터 한 달에 2750만원까지 과도하게 넓고 최상단에 위치한 ‘광고’ 표시가 한번만 표시돼 이용자에게는 ‘광고비를 많이 낸 사람=유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게 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로톡 소속 직원이 로톡에 가입한 특정 변호사를 소비자에게 추천한다는 취지의 글이 게재됐던 점도 뒷받침됐다.
다만 징계위는 ‘(징계 대상)변호사가 자신을 드러내는 서비스로 인식했다’며 광고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로톡이 ‘법률문제 로톡에 물어보세요’ 등 문구로 광고하면서 변호사 상담비용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이용자 입장에서 로톡과 가입 변호사 간 ‘이해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법원 판결 등 결과 예측 서비스도 이용했다’며 마찬가지 광고 규정 위반이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당시 헌법재판소가 광고 규정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 중인 점을 감안해 변호사에게 징계조치까지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20명에 대한 징계가 취소 됐고 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3명 변호사만 경징계를 내렸다.
변협은 2021년 5월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협회 규정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게 회칙 위반을 이유로 징계한 뒤 올해 2월까지 123명에게 견책부터 많게는 1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징계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이노공 차관, 김석우 법무실장과 판사 2명, 변협 추천 변호사 1명, 교수·언론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심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전례고, 심의 결과도 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