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만 수주목표 가시권
미중 무역분쟁에 발주량 감소
카타르 최대 100척 발주 준비
산유국 중심 ‘LNG 잭팟’ 예고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말 수주전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지만 올해 성적표는 각사 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중공업만 목표 달성 가시권에 들었고 나머지 2개사는 70%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당초 예상됐던 발주량이 감소한 것이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내년에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100여척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예고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잭팟’이 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올해 수주 목표에 근접한 것은 삼성중공업 뿐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71억달러(총 39척)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78억달러)의 91%를 달성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올해 누적 수주액이 89억달러로 목표치(159억달러)의 56%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재 57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인 83억7000만달러의 69%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이 양호한 수주 실적을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1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해양프로젝트를 3사 중 유일하게 따낸 영향이 컸다.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실적이 이처럼 대체적으로 저조한 것은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대비 37% 감소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6만CGT로, 작년(3172만CGT)은 물론 2017년(2519만CGT)보다도 적었다. 11월 한 달만 보면, 1년 전보다 76% 급감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룬 탓이 크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IMO 2020’ 환경규제에 대한 관망세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든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현재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IMO 2020’에 대비해 올해 선주들이 청정연료로 꼽히는 LNG선(운반선·추진선 포함)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투자 결정을 미루면서 규제 효과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다만, 내년에는 ‘IMO 2020’ 본격 시행에 발맞춰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LNG선 발주 프로젝트가 예고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증산계획에 따라 LNG운반선 최대 100척 발주를 준비 중이다. LNG선이 척당 22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주금액은 최대 22조원에 달한다. 이미 조선업체들은 40척에 대한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카타르 뿐만 아니라 사우디에서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와 국영 해운선사 바흐리가 미국산 LNG 수입 증대를 위해 12척의 LNG선 발주에 나섰다. 또 북극 LNG-2와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대형 LNG 프로젝트 물량 발주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건조 경쟁력은 독보적이다”며 “내년 카타르, 사우디, 모잠비크 등 LNG선 발주에서 싹쓸이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LNG선 강국’으로 꼽힌다. 올해 11월말 기준(클락슨리서치 집계) 전 세계 선사의 선단에 속한 LNG선 591척 중 378척(64%)을 한국 조선소가 건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147척(24.9%), 삼성중공업 124척(21%), 현대중공업그룹 93척(15.8%) 순이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