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임원 다수 재판에 연루
일정상 내년으로 연기 가능성
“결정 못내리는 상황” 시각도
삼성의 정기 임원 인사가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통상 12월초에 이뤄지던 인사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다수의 계열사 임원들이 재판에 연루돼 있는데다 글로벌 전략회의와 연말 연휴 등의 일정으로 인해 올해 인사를 단행하기에는 무리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연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지난주 3차 공판까지 진행됐으나, 다음달 17일 증인 신문을 위한 4차 공판이 잡혔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이르면 이달 안에 선고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추가 공판이 열리면 결심 공판에 이어 선고 공판 일정 등을 감안하면 판결은 내년 2~3월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현직 임원들이 연루된 재판도 이번 인사 지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재판에서 삼성 부사장급 인사 3명이 각각 1년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13일에는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노조 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11명),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32명)의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재판에는 삼성전자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팀장 출신 최고경영자(CEO) 2명 뿐 아니라 인사팀장 등 현직 인사팀 임원 2명이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임원 인사는 이 부회장의 재가가 떨어져야 진행될 수 있지만, 사실상 인사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 본인도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신분이 불확실한 데다 다수의 임원들이 재판에 연루돼 있어 정기 인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인사 후보군 상신은 끝났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회장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으로 관측된다”라며 “재판에 회부된 임원들을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교체했다가는 도의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유임에 무게를 두면 신상필벌의 원칙을 깰 수도 있어 이 부회장이 인사 단행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인사가 1월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인사 지연이 과거에도 사례가 있었다.
앞서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그해 정기인사를 다음해 상반기(5월)로 연기했고, 전 계열사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던 인사도 전자와 금융, 물산 등으로 나눠 발표됐다. 이보다 앞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가 불거지면서 그해 임원 인사 역시 다음해 5월에 진행한 바 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