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조용직 기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일본 아베총리가 주도한 세계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모두 절대 반대 입장을 내세워 험로가 예상된다. 대선주자들이 반대하고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TPP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의회 인준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협상이 타결된 TPP에 반대한다고 7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까지 내가 그 협정(TPP) 내용에 알고 있는 한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힐러리까지 반대 입장에 가세한 형국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이번에 미국과 다른 11개국 사이에 타결된 TPP의 협정 내용은 내가 제시하고 있는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내 일자리 창출과 임금인상, 국가 안보의 증진 등을 TPP가 충족시켜야할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환율조작 문제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협정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들이 연관된 환율조작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잃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TPP를 “재앙적”이라고 혹평하고, “협정 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는 “월스트리트와 대기업들이 이번에도 승리했다”면서 “우리는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인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대통령과 정부, 의회의 무능과 정직하지 못함이 미국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역시 “이 협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미국의 대기업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TPP 협상을 주도한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타결안이 미국에 좋은 것임을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자신한다”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지만 의회 분위기가 녹록치 않다.

오바마는 “합의 내용이 미국의 노동자, 사업가, 농부, 목장주, 제조업자들에게 좋은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다면 협정문에 서명하지도, 의회에 협정문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안은 나 자신의 그런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TPP에 우호적이었던 공화당 내에서는 담배와 의약산업 등 일부 피해업종을 지역구에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공화)은 “이번 협상에 부족한 게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찬반 투표에서) 행정부는 공화당으로부터 상당한 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의식해 ‘TPP가 일자리를 줄이고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TPP 처리를 위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 표결 때도 하원 188명 중 28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TPP실효성 논란이 미국에서 증폭되면서 서둘러 참여를 결정한 우리정부의 셈법도 분주해졌다. TPP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또 의회내 반대에 부딪히면 미국이 상대국에 더욱 가혹한 조건을 요구한다면 가입하는게 오히려 손해가 될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