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순례객 관리소홀 ‘무게’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하지 순례에서 또다시 717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매년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의 순례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은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사이드 오하디는 “사우디 당국이 사고 현장 인근의 2개 도로를 막아 이번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우디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우디 당국은 순례객들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탓을 꼽았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안전 규정을 따르지 않은 순례자들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순례객들은 사우디 당국의 관리소홀에 무게를 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사람들은 한 개의 터널만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었다”면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가고 나가는데 교통통제 시스템이 없었고,장애인 화장실이나 비상탈출구 등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순례객들의 출신국이 200여개 국으로 다양한 만큼 언어 문제때문에 안전 요원들의 지시가 잘 전달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성지 순례가 무슬림들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만큼 생을 마감하기 전 성지를 찾으려는 노인 순례객들이 많은 것 또한 희생자 규모가 수백명에 이르는 또다른 원인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하지 순례 도중 숨지는 것은 축복이라고까지 여기는 관념이 안전불감증의 원인이 돼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지난 2006년에도 메카 외곽 미나에서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압사사고로 36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4년에는 순례객 사이의 폭력 사태로 244명이 숨졌다. 1997년에도 ‘돌 던지기’ 의식을 행하는 과정에서 270명이 압사사고로 사망했다. 1990년에는 순례객 1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