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그늘에 가렸지만 체육발전 업적 뚜렷

한국스포츠영웅에 일장기 달고 뛴 순천 출신 남승룡
남승룡 선수의 젊은 시절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스포츠영웅에 일장기 달고 뛴 순천 출신 남승룡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일장기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와 3위(동메달)에 오른 조선인 남승룡 선수가 시상대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손기정(27번)은 금메달리스트에만 주어지는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지만, 화분이 주어지지 않아 일장기를 가릴 수 없었던 남승룡(26번) 선수는 나라 잃은 설움에 하염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남승룡마라톤 조직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박대성 기자] 2023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인 고(故) 남승룡(1912~2001) 선생이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최종 후보자로 고 남승룡, 고 엄복동(자전거), 이홍복(스포츠 공헌자), 고 최동원(야구) 4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가 심의한 결과 남승룡 전 마라토너를 2023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고 남승룡 선수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열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당시 손기정과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마라톤 1세대'다.

한국마라톤 1세대를 대표하는 전라남도 순천 출신의 고 남승룡 선생은 같이 일장기를 달고 뛴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불과 19초 차이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으나 1등을 차지한 손기정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인기가 묻혔다.

1945년 일본 패망과 조국 광복 이후 손기정은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고 재력가의 후원도 받는 등 주목을 받은 반면 남승룡은 국민의 무관심 속에 극심한 소외감을 겪었다고 한다 .

마라토너로 활약한 남승룡은 1932년 제8회 조선 신궁 경기 대회 마라톤 1위, 1933년 제20회 일본 육상 경기 선수권대회 마라톤 2위 등 업적을 이뤘다.

또한 1947년에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선 고 서윤복의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뛰며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등 육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승철)는 고 남승용이 어려운 시대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은 추천위원, 체육단체, 출입 기자, 대한체육회 원로회의기구 대상으로 후보자 접수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 4명을 가린 뒤 업적 평가와 국민 지지도 조사 결과를 참고해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했다.

2023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 헌액식은 1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