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진도) 기자]부실점검에 무리한 운행으로 수백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선장도 도망친 배에서 승객들을 구하다 숨진 고 박지영씨의 장례과정에서 유족들을 두 번 울려 논란이 되고 있다.

박씨의 유족 측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박씨의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인 18일 유족에게 “장례비용은 700만원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유족들이 추가 비용을 먼저 지불하면 선사가 추후에 정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박지영씨의 이모부 김씨는 “묻지도 않은 돈 얘기로 지영이의 마지막 길을 모욕해도 되느냐”며 “선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을 때까지 발인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고귀한 희생’ 박지영씨 두번죽이는 청해진해운…시민들은 의사자추천 서명운동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중인 박지영 씨 의사자 추천 서명운동.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 당일 꾸린 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한 데 이어 20일 오전 예정됐던 공식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또 박씨 장례 관련 내용의 확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선사측의 어이없는 행태와는 달리 일반 시민들은 박씨의 의사자추천을 위한 청원 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지난 18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양을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을 올린 아고라 이용자 ‘bruce’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태에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 님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고, 후세에 귀감이 되게 하고자 한다”며 “관련 법률에 의해 박지영님을 의사자로 추천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지영 님이 비록 세월호 승무원이었기는 하나, 정직원도 아닌 허드렛일을 하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고, 그녀의 임무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지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박지영 님은 ‘의사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선장이 먼저 탈출해 버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넘겨주고 지속적인 인명구조 활동을 하다가 숨졌다”면서 “책임감있는 행동은 후세에 길이 남겨야 합니다”라면서 의사자 추천 범국민 서명 운동을 제안했다.

한편 이 청원은 목표인원 10만명에 21일 오전 현재 2만30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또한 변호사인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장이 박씨 유족과 접촉해 무료로 의사자 지정 관련 변론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