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대중음악인의 본령이다. 익숙함과 거리를 두면 대중과 멀어지고,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중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은 이 같은 균형의 묘를 잘 아는 뮤지션이다. 프롬이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도착(Arrival)’은 빈티지하면서도 풍부한 사운드와 팝적인 감각의 절묘한 조화로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빈 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독특한 질감의 목소리는 프롬을 단숨에 인디 신에 각인시킨 중요한 요소였다.

프롬이 3일 정규 2집 ‘문보(Moonbow)’를 발표하며 돌아왔다. 지난 1일 프롬을 서울 동교동의 한 주점에서 만나 함께 치맥(치킨과 맥주)을 나누며 신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롬 “누구나 앓고 사는 일상의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

프롬은 “앨범 타이틀 ‘문보’는 말 그대로 달이 만드는 무지개인데,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마는 소중한 순간을 의미한다”며 “잠들 때면 문득 후유증처럼 외로움과 허무함을 앓곤 하는데, 언젠가는 나만의 무지개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후유증’과 ‘찌잉’을 비롯해 신곡 ‘달밤 댄싱’ ‘너는 모르는 노래’ ‘히든트랙’ ‘이만한 게 다행’, 지난해 싱글로 먼저 공개된 ‘낮달’ ‘그해 봄’ ‘봄맞이 가출’, 고(故) 김광석 헌정 앨범 ‘나의 노래’에 실렸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11곡이 수록돼 있다. 우선 전작과 비교해 부피를 줄인 사운드와 편안하게 다듬어진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그만큼 가사의 선명도가 높아졌다. 프롬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도 전곡의 작사ㆍ작곡ㆍ프로듀싱을 맡았다. 녹음 역시 프롬이 직접 홈레코딩으로 진행했다. 프롬은 앨범의 중심에 놓은 연주곡 ‘그해 봄’을 기준으로 전반부에는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후반부에는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정서를 가진 곡을 배치하며 감정선을 조절했다.

프롬은 “1집에 실린 곡들은 작곡 시기가 제각각이었고 또 사운드 자체에 집착하고 욕심을 많이 부린 터라 가사와 어울리지 않는 편곡을 가진 곡들이 많았다”며 “이번 앨범은 스토리텔링에 많은 신경을 써 앨범의 통일성을 기했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프롬 “누구나 앓고 사는 일상의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

‘달밤 댄싱’과 더불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후유증’은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민현과 협업한 곡이어서 눈길을 끈다. 민현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프롬과 함께 출연했다. 최근 가장 ‘핫한’ 밴드 혁오의 ‘판다 베어(Panda Bear)’ 뮤직비디오의 촬영감독인 이행갑이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연출을 맡아 독특한 색감의 영상을 완성했다. 프롬이 중학교 재학 시절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찌잉’은 잔잔한 편곡 위에 실린 “코트 깃 너머로 흔들린 그대의 옆모습이 좋았죠” 같은 담담한 가사가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프롬은 “1집은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사운드에 대한 집착이 나를 음악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것 같았다”며 “곡과 가사에 어울리는 편곡을 위해 담백한 편성부터 브라스와 행드럼 등을 활용한 풀 밴드 편성까지 다양한 편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막연한 감정들이 주를 이뤘던 1집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담아냈다”며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고 편곡과 녹음 또한 당시의 감정에 충실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솔직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앨범 마지막에 배치된 곡 ‘이만한 게 다행’의 밝은 사운드와 “이만하게 난 다행/괜찮다고 어느 누구도/말해 주지 않아도”와 같은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한편, 프롬은 오는 5월 23일 음악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2015’ 출연에 이어 오는 6월 27~28일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