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모스핏 대표는 한국 인디 신의 산증인이다. 그는 ‘인디 신의 터줏대감’ 밴드 크라잉넛의 소속사 드럭레코드의 대표로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인디 신을 지켜봐 왔다. 그만큼 인디 신을 잘 아는 이도 없을 터, 그가 인디 20주년을 자축하는 편집 앨범 ‘인디 20’의 제작을 주도하는 것은 아마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서교동 카페 미래광산에서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인디 신을 지켜왔음을 자축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기억해주지 않을 것 같아 의무감에서 시작한 기획”이라며 “이번 앨범 발매를 계기로 인디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와우리스트] “이제 인디는 자본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인디 20’은 2주 간격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신곡 21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이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비롯해 술탄오브더디스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불독맨션, 로큰롤라디오, 최고은, 요조, 장기하와 얼굴들, 이장혁, 피아, 마루, 갤럭시 익스프레스, 와이낫, 코어매거진, 트랜스픽션, 황신혜밴드 등 인디 신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

김 대표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 음악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옳다고 생각했다”며 “인디 신 초기부터 활동해 온 뮤지션들부터 최근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들까지 인디 신 역사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선정해 1년 반전부터 앨범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앨범 제작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뮤지션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었다. 참여 뮤지션들이 서로 다른 레이블에 소속돼 있는데다 제작비에 한계가 있어서 처음에는 불가능한 계획이란 말까지 들었다. 불가능한 계획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김 대표가 오랫동안 인디 신을 지켜 온 시간이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과 레이블들은 김 대표의 취지에 공감하고 앨범 제작에 적극 나섰다.

김 대표는 “제작비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선후배 뮤지션들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동네 선배인 나라면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조금 있었다”고 고백하며 “신곡들로 앨범을 채웠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네오위즈 벅스가 제작에 함께 참여해 힘을 보태고 참여 뮤지션들이 취지에 공감해줘 가능했던 작업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와우리스트] “이제 인디는 자본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성년을 맞이한 인디 신을 바라보는 김 대표의 소회에선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김 대표는 “과거와 비교해 비즈니스가 많이 개입돼 인간관계가 다소 건조해져 아쉽지만, 음악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것은 기대할만한 일”이라며 “이제 인디는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가치와 다름을 추구하는 정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가치와 색깔을 추구하는 태도를 유지해야한다. 이는 인디 신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 인디와 메이저의 구분 없이 비즈니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레이블도 규모를 키워야 하고, 투자받는 일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며 “뮤지션들 역시 비즈니스를 고민하지 말고, 오랜 시간 동안 신뢰 관계를 쌓은 레이블에 음악 외적인 부분을 맡기는 것이 창작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한편, 오는 4월 18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클럽 ‘타’에서 ‘인디 20’ 쇼케이스가 열린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노브레인, 언체인드, 로큰롤라디오, 이장혁, 코어매거진이 참여한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