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임원제 도입” vs “의장직 내려놓겠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이견…이사 역할론 시각차 확연
임시주총 앞두고 양측 막판 호소…공방전 치열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고려아연에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겠다”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응수했다.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화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최 회장 측 답변이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된 셈인데,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두고 양측의 인식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빠른 시일 내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최 회장은 ▷외국인·IR전담 사외이사 ▷비지배주주 승인제도(MOM) ▷분기배당 검토 등을 추진하겠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직후 최 회장이 내놓은 메시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최 회장이 의장직에서 내려오더라도 여전히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는 참여할 수는 있어 실질적으로 이사회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의문 부호가 붙었다.
이와 같은 논쟁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양측이 벌여온 샅바싸움 중심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가 자리한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시장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게끔 하겠다”는 목표는 일치하지만, 양측이 제시한 밸류업 방식에는 차이가 극명하다. MBK·영풍은 최 회장과의 차별화 쟁점 중 하나로 ‘집행임원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바 있다.
집행임원제가 도입되면 경영상 주요업무 수행은 집행임원이 도맡고, 이에 대한 감독을 이사회가 수행하게 된다. 이사회 및 집행임원의 권한과 책임을 분리해 경영 전문성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선 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이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경영권확보(바이아웃)한 기업에 운용사의 인력을 대표집행임원으로 파견해 포트폴리오 기업을 관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 이외에도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활용한다.
반면 PE 투자기업 중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기업에 파견해 이사회 보드멤버로 앉히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이 경우에는 운용역이 이사회 직접 참여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때문에 PE가 사내·사외이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기업의 기존 경영진을 PE 색깔에 맞추는 이른바 ‘화학적 결합’의 필요성 있는 경우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MBK·영풍은 경영 전략수립·수행·감독 등 각 주체의 역할을 나누겠다는 것인데, 실제 이 제도가 기업에 체화되어 경영·감독이 이원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은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막판 호소에 나섰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야 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성장동력) 미래가 주주 여러분 판단에 맡겨졌으며 이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독특한 주주구성 등을 감안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MBK는 지난 13일 최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입장문을 통해 “특정 주주가 경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해야 지배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다”며 “이는 전문경영진이 소수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