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에
국내 산업계도 업황 개선 기대감 ‘솔솔’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중국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건설기계 등 중국을 최대 소비국으로 둔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경기 부양책 발표가 길었던 부진을 끊어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말 중앙은행의 1조위안(약 189조원) 규모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이례적으로 일회성 현금 지급 계획을 세웠고 고용 촉진을 위한 종합 일자리 대책도 내놨다.
지난 3일에는 블룸버그통신이 중국의 한 경제학자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총 10조위안(약 1882조원) 규모의 재정 팽창 정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내수 경기 부양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국의 이번 부양책을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경제 회복 의지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경기가 단숨에 활기를 되찾기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는 데에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우리 석유화학 업계는 수요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석유화학 제품 소비국인 만큼 전반적인 업황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간 판매국 다변화를 통해 대중국 수출 비중을 낮췄음에도 지난해 기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에 달한다. 중국 경기 회복이 곧 우리 석유화학 기업의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통상 중국의 연휴 기간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제품 가격도 큰 변동 없이 한산한데 이번에는 연휴 직전 경기 부양책이 발표된 영향인지 10월 1일 국경절 연휴 시작에도 꽤 활발하게 거래가 발생하며 가격 상승세를 전반적으로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그간 하락세가 가팔랐던 벤젠 등 아로마틱스와 합섬원료 체인도 오랜만에 반등했다고 전 연구원은 부연했다. 이 기간 카바이드(탄화규소) 기반 폴리염화비닐(PVC)의 중국 내수 가격도 10.5%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글로벌 공급과잉이나 높아진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석유화학 업계에 계속해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초 유분이나 합성수지는 물론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제품도 상당 부분을 중국이 사 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내수 회복은 실적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업계도 중국 내수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침체된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건설기계의 최대 수요처다.
한때 글로벌 최대 규모였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다소 반등했지만 2022년, 2023년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씩 감소한 기저를 고려하면 회복은 더딘 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의 굴착기 내수 판매량은 6만63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월 평균 판매량이 1만5000대에 달했던 코로나19 직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말 인프라 투자 재개를 공언했고 이번 경기 부양책의 핵심으로도 부동산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어 건설기계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이 감지된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건설기계 내수 판매량은 낮은 기저를 바탕으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적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바닥은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