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LGBTQ+ 적대정책 여파에
성소수자들 “고립·자살충동·의료제한 등 걱정”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미 전역에서 성소수자(LGBTQ+)들의 상담 전화량이 폭증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성소수자 지원 단체 ‘무지개청년프로젝트’는 이달 들어 6일간 총 3810건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이는 이 단체의 월평균(3765건) 상담 전화 건수를 이미 상회하는 수치다.
성소수자 자살 예방 활동을 하는 ‘트레버 프로젝트’도 대선일인 전날부터 이틀간 접수된 전화·문자 상담 건수가 평소보다 125%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활동가들은 피상담자 다수가 심화하는 외로움과 고립감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자신이 성 정체성 확인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고 누군가의 표적이 되거나 신체적 해를 당할 수 있다는 등 두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캠페인 기간 성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공화당은 트랜스젠더를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는 내용의 선거 광고에 최소 2억1500만달러(약 3000억원)를 지출했다고 WP는 전했다.
무지개청년프로젝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가능성에 대비하고는 있었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대선일 밤, 밀려드는 전화에 이 단체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상담이 보류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트레버 프로젝트 역시 신청 폭증으로 문자 상담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즉시 도움이 필요할 경우 전화 상담을 신청하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했다.
무지개청년프로젝트 대표인 랜스 프레스턴은 “우리는 두려움을 갖고 전화를 받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 아이들을 자살로 잃을 수 있단 두려움과 새 정부가 우리에게 짐 지울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트레버 프로젝트 대표인 제임스 블랙은 성소수자들의 상담 전화량이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